2023/04 21

4월이 떠나고 나면...목필균

4월이 떠나고 나면...목필균 꽃들아 , 4월의 아름다운 꽃들아, 지거라, 한 잎 남김없이 다 지거라 가슴에 만발했던 시름들 너와 함께 다 떠나 버리게 자다보면 다시 피어날 날이 가까이 오고 피다보면 질 날이 더 가까와 지는 것 새순 돋아 무성해질 푸르름 네가 간다 한들 설움뿐이겠느냐 4월이 그렇게 떠나고 나면 눈부신 5월이 아카시아 향기로 다가오고 바람에 스러진 네모습 아름 아침, 맑은 이슬로 피어날 것을 목필균 시집 시선사 2021

꽃의 찬가...정연복

꽃은 본래 자기가 아닌 그 무엇이 되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름이 없고 작은 들꽃이라도 대대손손 저만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지켜간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다 이 세상의 수 많은 꽃들 중에 자살하는 꽃은 하나도 없다 사는 게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고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비바람 눈보라 속에도 끝내 꽃을 피우고야 만다 꽃이 약하지 않는 이유다 꽃은 외딴 곳에 홀로 필 줄도 알고 무더기로 어울려 필 줄도 안다 외로움을 겉으로 티내지 않고 한데 모여 요란을 떨지도 않으며 한세월 제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꽃이 통이 크고 믿음직한 이유다 꽃은 매양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지만 수정 같은 눈물 하나 제 몸에 가만히 담아 두었다가 따스한 햇살 한줄기에 그 눈물 가벼이 씻을 줄도안다 꽃이 스승인 이유다 꽃은 한평생 말 ..

인연...이장익

인연, 사람이 만나는 필연적 삶의 요소이며 모든 이에게 부합되는 일이다 혼자 살아낼 수 없는 세상 인연은 소중한 자산이며 함께 어우러 질 수 있는 어깨동무의 끈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관계에서 많은 인연 고리를 만들지만 모두가 좋음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의 고리로 이어질 수 있음은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약속을 필요료 합니다 가식을 벗고 번갯불의 밝음이 아니라 한결같은 마음의 은은함입니다 가슴을 내어주고, 따뜻한 손을 잡는 참다운 인연 고리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으로 다가서는 인연 그것은 우리 삶에 행복한 자양분이 됩니다

그리운 나무...정희성

사람은 지가 보고 싶은 사람 있으면 그 사람 가까이 가서 서성대기라도 하지 나무는 그리워 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애틋한 그 마음을 가지로 벋어 멀리서 사모하는 나무를 가리키는 기라 사랑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 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아아, 나무는 그리운 나무가 있어 바람이 불고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ㅡ 그리운 나무...정희성ㅡ

구부러진 길...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어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ㅡ이준관ㅡ

친구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드라는 노래를 흥얼 거리며 나는 목에다 긴 분홍색 스카프를 두르고 70대 중반의 나이속 반가운 부산의 남일국민학교 반창회를 다녀왔다 (중구 대청동 지금은 없어져버린 모교지만) 너무나 많이도 변해버린 부산 우리가 다녔던 남일국민학교 자리엔 너무나 낫선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예전의 낭만이 깃든 부산의 향취는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린 추억속에 우리는 어린 꼬마의 그시절 옛모습 으로 돌아가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고 서로 마주 보며 반가운 두 손을 잡고 서로 늙지 않았다고 추켜세우며 눈가의 잔주름에 까르르 웃음을 토해내며 나이를 잊는다 오랜 세월 각자 다른 인생을 살아오면서 세월의 풍화작용에 적당한 희.노. 애 .락.을 섞은 친구들의 모습위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오버랲 되고 화려했던 ..

나의이야기 2023.04.22

등대...이홍섭

나 후회하며 당신을 떠나네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 지친 배였다고 생각해주시게 불빛을 잘못 보고 낯선 항구에 들어선 배였다고 생각해주시게 이제 떠나면 다시는 후회가 없을 터 등 뒤에서, 등 앞으로 당신의 불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눈먼 바다로 나아갈 터 후회도 사랑의 일부 후회도 사랑의 만장 같은 것이라 나 후회하며 어둠 속으로 나아가네 이홍섭 , 문학동네,2011

새벽 편지...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람과 목마름의 점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빡이는 아무도 모르는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혀야 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너를 사랑 한다는 한마디 새벽 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ㅡ곽재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