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의 하루
빙점에 갇힌 세상 한기를 덮는 오후의 따스한 햇살 이불 바람은 가지에 매달린 추위를 쓸어가고 실어오고 빠르게 달려가는 시간속에 정말 한 해가 소리없이 지고 있네요 해마다 언제나 이맘때 쯤이면 까닭모를 서글픈 이유에 인생을 돌아보며 울음인듯 노래인듯 슬며시 세월을 풀었다 당긴다 허공을 가르는 차거운 바람의 자국 벽에 걸린 한장뿐인 달력이 유난히 외롭게 느껴지는 날 따스한 차 한잔의 온기 가슴에 담으며 크리쓰마쓰 카드 같은 바깥 풍경들의 잔설위로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하시겠지요 나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하시겠지요 그리고,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낸다는 것은 인생을 아직 모르는 철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