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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 오후 / 도종환

백목향1 2016. 11. 22. 00:55

 




    가을 오후 / 도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빛 산벚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를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


    건너편 가을 / 심재휘

    비가 그치고 늦가을 바람이 분다
    어제보다 조금 더 눈이 맑고
    주머니가 많은 바람이 분다
    집 앞 오래된 은행나무 숲을 쓰다듬으며 가을이
    동쪽으로 기울어진 소리를 내며 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오전에 나갔던 길을 되짚어
    은행나무 숲길로 돌아오는 사람
    오늘은 바람이 불고
    우 우 바람이 불고
    사람의 어깨를 저녁이 어루만진다




      출처 : 엔카 로사마을
      글쓴이 : 우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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