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월과 친구

백목향1 2017. 6. 12. 20:14


조금씩 초록으로 물드는 6월의 첫날

부산에 계시는 엄마가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에 기브스를 했다는 연락에 바쁘게 행장을 꾸려

열흘간의 가벼운 효녀노릇을 하고 그동안 틈틈이 전화 연락으로 메모해 두었던 국민학교 친구도 만나고

여고 졸업 50년의 소식 몰랐던 그리운 친구들도 만나며 발목다친 엄마 덕분에 아주 즐거운 나들이

멋지게 하고왔다.


강산이 수십번이나 변한 세월속 친구들을 만나보니 적당하게 늙어 연륜쌓인 은빛 머라카락

남편 잘만난 덕분에 준재벌로 살고있는 풍채좋은 귀부인의 모습에서 나이를 실감하는 우리들...

자랑속에 몰고나운 신형 벤츠에 시승하여 너무나도 변해버린 기장. 일광. 좌천. 정관의 신도시를 돌아

아담한 어촌의 바다풍경이 아름다운 임낭해수욕장의 방갈로 같은 한정식 집에서 맛갈난 음식도 먹고

적당한 바람을 마시며 드라이브도 하고 김태화 정훈희부부가 경영하는 찻집에선

하이얀 우유 팥빙수에 고명으로 살짝 얹은 첫사랑 얘기에 추억을 쏱기도 했다.



셋째날은 또다른 친구와 좌천 장안사 부처님 친견도하고 마음속 작은 소원도 빌며

붉은색 예쁜 연꽃초를 켜며 나를 아는 모던 사람들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발원하고

병간호 한다고 내려와서 이틀이 멀다하고 외출하는 나를 보며 엄마는 친구만큼 좋은게 어딨냐며

온김에 즐겁게 쉬다 가라고 오히려 날 더 위해주는 말씀에 그냥  눈물이 핑 돈다.


어제밤엔 오늘 떠나는 날 위해 활량기질 농후한 팔방미인 문여사가 온천장 단란주점을 빌려 거품 넘치는

맥주잔에 5명의 낙엽띠들이 부라보를 외치고 각자의 특기를 자랑하며 노래도 부르고 어색한 엉덩이

고고춤엔 그시절 그때의 여고시절로 돌아가는 느낌

이래서 학창시절중 여고 친구가 제일 좋은가보다.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했던가

서로의 눈빛만 보아도 느낄수 있는 몇몇의 단짝 친구들이 내곁에 있고  그것도 경제력 넉넉한 부자로

잘살고 있으니 친구의 부유함도 인생을 살다보니 내겐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만날때 마다 반겨주는 부산의 좋은 친구들이 있어 나는 참 인생을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싶다.


친구란

인륜으로 맺어지거나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만들어지고 얻어지는 것이다  좋은 친구를  얻기 위해선 내자신이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며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마음의 그림자 처럼 함께 할수있는 그런 사이의 친구가 좋은 친구가 아닐가 싶다


십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오늘 아침 엄마집을 나서려니 얼마후면 또 만날 엄마인데도 작별하는 순간은

언제나 눈물이 나고  간 초음파 병원검사 때문에 이른 아침 올라오는 열차에 비치는 차창의 유리창엔

엄마의 얼굴이 크다랗게 원을 그린다


그동안 비워둔 텅 빈집 문을여니 밝은 햇살이 베란다 유리창에서 나를 반기는 따스함

한아름 지니고온 친구들의 고마운 사랑을 기억의 갈피마다 정리하며

인생의 폭이 넓어 진다는건 욕망의 폭이 아니라 사랑의 폭인것을

잔잔한 우정이 여울지는 부산의 그리운 벗들의 이름을 마음 속으로 호명하며 아름다운 인연의꽃

가슴가득 피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