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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노래

백목향1 2018. 9. 14. 00:27

 

 

가을의 노래   //  김대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지면 가을이다

 떠나지 않아도 황혼마다

 돌아오면 가을이다

 사람이 보고싶어지면 가을이다

 

 편지를 부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와보니 주머니에 그대로 있으면 가을이다

 

 가을에는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고

 그 맑은 마음결에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떠나보낸다 

 

 주여 라고 하지 않아도

 가을에는 생각이 깊어진다

 

 한 마리의 벌레 울음소리에

 세상의 모든 귀가 열리고

 잊혀진 일들은 한잎 낙엽에  더 깊이 잊혀진다

 

 누구나 지혜의 걸인이 되어 경험의 문을 두드리면 외로움이

 얼굴을 내밀고 삶은 그렇게 아픈거다 말한다

 그래서 가을이다

 

 산자의 눈에는 이윽고 들어서는 죽음

  死 者들의 말은 모두 詩가 되고

 멀리있는 것들도 시간 속에 다시 제자리 잡는다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란 말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