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나이 // 이븐 하즘

백목향1 2021. 2. 22. 05:24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네    희끗 희끗한 귀밑머리와

     이마에 팬 내주름살을 보고는    나이는 몇이나 되냐고

 

    그럴땐 난 이렇게 대답하지   나의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여태가지 살아온 세월을 헤아리고    그 모던걸 다 합친다 해도말이야

 

     아니. 뭐라고?  사람들이 깜짝 놀라면서

     또 이렇게 되묻는다네  그런 셈법을 진짜 믿으라고?

 

    그러면 나는 얘기하지  이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날 내 품에 안겨    은밀하게 입을 맞춘 순간

 

   지나온 날들이 아무리 많아도   나는 그 짧은 시간만을

   나이로 센다고   정말  그 황홀한 순간이 내 모든 삶이니까

        -이븐 하즘-

             박광수 엮음 (문득 그리운 날에는 시를 읽는다 2) 걷는나무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