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9월의 시 / 문 병란
백목향1
2021. 9. 3. 14:45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는 마음 눈물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