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바람처럼 울다 / 최재경

백목향1 2021. 10. 14. 16:51

얼마나 더 가벼워져야 눈물이 마를까

얼마나 더 슬퍼져야 풀잎처럼 누울까

강가를 떠돌다 문득

바다에 가고 싶어도

거기에 가도

쓸쓸 하기는 매 한가지 차라리

바람이 사는 들길을 걷다가

철퍼덕 주저앉아 징징 바람처럼 울다가

저 깊은 세월 속으로 훨훨 날아 돌아갈 수만 있다면

송두리째 뽑힌 뿌리를 부여안고

어둔 흙속으로 함께 파묻힐 수 있다면

끝내. 그래도

숨을 거두지도 못하고 살아남은 외로움

또 다른 가을이 오고 있다

얼마나 더 물들고 살아야 떠날 수가 있을까

                                                    최재경 <바람처럼 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