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쓸쓸한 풍경...도종환
백목향1
2024. 6. 25. 08:26
<쓸쓸한 풍경...도종환>
쓸쓸한 지 오래되었다
들 끝의 미루나무 한 그루
내 안에 혼자 서 있은 지
오래 되었다
나뭇잎 무수히 떨리는 소리로
낯선 산기슭 떠도는 지
오래 되었다
언덕의 나무들은 만나도
그 중 쓸쓸한 풍경만 만나고
강줄기를 따라 가다가도
시린 저녁 물빛 옆에서만
오래오래 머물렀다
서산 너머로 달이 지듯
소리 없이
사랑도 저물면서
풍경의 안에서 서고
밖에서고
쓸쓸한 지 오래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