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겨울 단상에 젖어...나상국
백목향1
2024. 12. 4. 16:18
겨울 단상에 젖어... 나상국
하루 하루 짧아지는
하늘빛 길이 만큼
점점 더 짦아지는 보폭으로
종종 걸음질 친다
땀나도록 토해내던 열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빛바랜 낙엽을 떨어낸
나무들이 나목으로 거리에 서서
이제 싸늘하게 식어버린
바람의 무게로
온 몸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새의 깃털 같이
가볍게 떨어져 내리는
순백의 날들이 수북히 쌓이는
계절의 강가에 머물며
수런대는 갈대의 이야기를
밤새워 듣는다
어느 오후
먼 산 그림자를 밀어내고
설화 피어난 창가에 서성이면
찻잔을 맴도는
짧은 생각의
나이테 하나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