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홀로 울던 바람
억겁의 순간을 돌아
외로운 풍경소리 처마밑에 내려앉고
가슴에 묻어둔 서러운 이야기
사방에 흩날리는 눈발되어
기억을 쓸어내린다
설산의 자비를 품은 관세음보살님의 인자한 모습
보문사 경내에 들어서면
무거운 삶의 발걸음 합장 하는 두 손에
모든 시름 잊는다
법당문 하나 사이
이승과 저승이 갈라지는 이별
박제된 시간들이 촛농으로 녹아 내리고
살면서 참회하지 못한 일들이
생각의 죽비되어 등짝을 후려친다
사람아
우리가 얼마나 살아야 전생에 맺힌 매듭 아름답게 풀고 살까
(원망을 지었으니 억울함을 참고
무슨 일이던 인연으로 받아 들이며
사물을 탐하는 마음을 일으키지말고
진리대로 사는 것 )
눈내리는 산사의 법당에 엎드려
모든 업장 소멸하며
저마다 마음의 부처님 하나씩 모시고 온다
2013년 12.12 강화 보문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