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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지나면서

백목향1 2018. 1. 24. 14:33

 

 어린 시절을 지나고 젊은 시절을 지나면서도

 사람은 왜 조금만 낙담하면 절망을 느끼는지 몰랐읍니다만

 그리하여 내가 낙담하고 절망에 잠기게 될 줄도 생각조차 몰랐읍니다만

 한 해 두 해 나이를 더해 가면서 이제 알게 된 일이 하나 있으니

 사람의 생애에는 누구나 한 번은 거챠야 할 사연의 마루가 있고

 산마루를 넘는 걸음은 우리들 손마디에 맺히는 굳은살처럼

 어쩌면  고된 삶의 터전에 단단한 받침돌을 괴는 작업이였읍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내 생각의 안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들

 내가 살아 오면서

 반가워해했고 시기했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더러더러 망각의 배를 타고 간

 잊혀진 이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오늘은

 먼 산 너머로 지는 해가 왜 저리도 황혼빛으로  내 발길을 세우는지

 또 어느 날 내가 알게 되겠지요

 

                                                      <  김경호의 인생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