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을 지나고 젊은 시절을 지나면서도
사람은 왜 조금만 낙담하면 절망을 느끼는지 몰랐읍니다만
그리하여 내가 낙담하고 절망에 잠기게 될 줄도 생각조차 몰랐읍니다만
한 해 두 해 나이를 더해 가면서 이제 알게 된 일이 하나 있으니
사람의 생애에는 누구나 한 번은 거챠야 할 사연의 마루가 있고
산마루를 넘는 걸음은 우리들 손마디에 맺히는 굳은살처럼
어쩌면 고된 삶의 터전에 단단한 받침돌을 괴는 작업이였읍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내 생각의 안팍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기억들
내가 살아 오면서
반가워해했고 시기했고 사랑하고 미워하며
더러더러 망각의 배를 타고 간
잊혀진 이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오늘은
먼 산 너머로 지는 해가 왜 저리도 황혼빛으로 내 발길을 세우는지
또 어느 날 내가 알게 되겠지요
< 김경호의 인생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