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이미 흘러 가버린 일에 대하여
후회 하기에 너무나 많은 시간이 지나가고
달랑 한장 남은 12월 그래도 막연한 희망을 지니며 새살 돋는 고독에 마음의 비늘을 세운다
<쓸쓸> 문정희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 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 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주는 것은 오직 이것 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때에도 식어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 거릴때에도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글씨를 써 보네 산이 두개나 겹쳐있고 그아래 구불 구불
강물이 흐르는 적막 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가지 흔들리듯 수 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주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 한잔을 권할때라는걸
그리고 옷을 벗고 무념(無念)의 이불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듯이 와락 나를 끓어 앉는 뜨거운 쓸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