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만에
투명한 유리창 사이로 햇살이 넉넉한 오후
빨간 운동화를 신고 중량천 뚝길을 따라 산책을 하고 오니 늦은 점심에 허기가 진다
길게 앓은 감기 휴유증에 설 연휴도 간소하게 보내고 왁자지껄 소음만 허공에 남겨진채 떠나버린 식구들.
집안 가득 음악을 채워 놓고 갓 뽑아낸 커피 한 잔에 행복을 마신다
삼월 일일 부터 2주간 소금기 없는 음식을 먹어야 15일 동의원소 암치료 그리고 일주일의 격리생활
아무튼 힘든 삼월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랴 이게 내 운명이고 팔자라면 지혜롭게 즐기는수 밖에.....
신앙이 불교다 보니 어제부터 21일간 정초기도 시작하고 틈나면 사경을 쓰고 그리고 카페 취미방에 어울려
일일여행도 가고 영화연극도 보고 노원정보 도서관에 가 읽고 싶은 책들의 요점만 기억에 담아 오기도 한다
또 때로는 여동생과 둘이서 스크린 골프에 가서 긴 드라이버로 작은공을 내려치며 스트레스 해소도 하지만
언제나 집으로 돌아오는 어둠내리는 저녁은 받아야할 동의원소 치료에 마음이 무겁다
한 번 건강이 악화되니 모던것이 제재를 받아야 되고 작은 몸살 감기도 회복이 더니니 정말 나이를 실감하는
서글픔도 있다
소식끊긴 친구에게 메일로 보낸 안부가 치매증상 이라고 보내온 며느리의 문자에 또다른 아픔이 자리하고
때론 이름에 걸맞는 화려한 삶도 살았건만 세월에 밀려난 내 젊은날의 기억들은
스산한 바람을 타고 인생의 모서리를 깍는다
이제는 모던것에 욕심 내지말자
나이 든다는건 가슴 서늘한 자각이 아닌가 싶다
지금 이순간
자신만의 그릇 만큼 채우며 자신의 분수와 처지 안에서 만족할 줄 아는 진정한 마음의 부자가 되고 싶다
즐겨듣는 노래가 있고 글을 쓰는 블로그가 있고 날 끔직이 챙겨주는 자식들과 형제 자매들이 있으니
외로움 타지말고 살자
두번째 받아야할 갑상선 암치료 동의원소지만 힘들고 고통 스러워도 잘 견뎌 내리라
그래도 갑상선 암은 착한 암이라고 자신에게 위로하고
더러는 살면서 이유없는 고독감 깊은 폐부를 찔러도 당당히 외로움과 친구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