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성철스님의 핵심적인 기도문 능엄주 사경을 한답시고
오전 시간을 할애하여 경건헌 맘으로 들안길 명호사경방에 한시간 넘게 시원찮은 이 짦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열심히 두드려 써내려간 능엄주 사경을 마친뒤 확인을 눌렀는데도 무엇이 잘못되어서인지
다 날아가 버렸다
순간 울고싶고 손가락 마디도 아프고 화가 치밀어 새로 구입한 노트북도 원망 스러웠다
그냥 하던 정초 21일 관음기도나하지 뭘 욕심내어 그토록 발음도 어려운 능엄주 사경을 하겠다고
욕심을 부렸을까?
젊은시절 어머니를 따라서 해인사 백련암 아비라 기도와 삼천배 기도를 해야만 성철스님을
친견할수 있다기에 멋모르고 시작했던 불교의 첫걸음
어머니의 기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몸에벤 우리들의 일상
아싑게도 성철스님 친견은 못했지만 불보살인 어머니의 영향력으로 지금까지 생활속 신앙으로 나름대로
계율을 지키며 사는것을.
참 부지런히도 독송했던 능엄주와 백팔참회 기도였건만 어느날 우연한 기회 양산 극락암에 계셨던
경봉 큰스님 친견후 관세음보살 기도를 열심히 하라고 내려주신 화두
그때부터 관음정근 주력의 기도와 관세음보살보뭄품 사경을 하느라 능엄주 기도는 내려둔채 살았다
지금은 돌아가신지 오래되셨지만 늘 해맑은 동자승 같은 모습의 미소로 우릴 반겨주셨던 경봉 큰스님
부산과 가까운 거리기에 자주 극락암 부처님전에 도반들과 함께 통도사 뒷길을 따라서 걸었던 옛일들이
새삼 아름다운 기억으로 돌아보는 세월이이여라
여태껏 살아오면서 능엄주를 독송만했지 사경은 해본적이 없었기에
얼마전 새로 구입한 노트북이여서 한번쯤 능엄주 사경을 남기고 싶어 시작했던
오늘의 사경은 그냥 백지가 되었으니 나는 또 생활속 작은 깨달음에 마음을 하심 한다
물질만 아니라 하고자 하는 사경의 기도조차도 내마음의 욕심이었음을...
봇트에 뜨거운 물을 끓여 생강차 한 잔을 마시며 울컥한 마음을 가다듬는다
손가락 관절로 무리하지 말라는 정형외과 선생님 말씀이나 착하게 잘들을 것이지...
그래도 자꾸 아쉬움 남아지는 사라진 능엄주 사경의 흔적들이 기억에 맴돌아 독송으로 끝맺음하며
관세음보살님 진노하시지않게 늘 하던 그대로 내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부지런히 관음정근해야겠다
내일이 벌써 정월 대보름날
매운 북풍도 잠시 넋잃는 세상은 보름달천지
어른들 주문 외듯 부럼 깨물면
비누처럼 뽀얀달 밤새 하얗게 몸씻는 도시
나는 또 한번 내마음의 욕심도 씻어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