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변명 // 마종기

백목향1 2021. 7. 26. 10:20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만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나니

 

그러나 흐르는 물 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가 없구나

엉뚱한 도시의 한쪽을 가로질러

길 이름도 방향도 모르는채 흘러 가느니

헤어지고 만나지고 다시 헤어지는 우리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도 알 것 같으다

밤새 깨어있는 물의 신호등

끝내지 않은 물의 말소리도 알 것 같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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