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동안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여고 동창생 8명이 열흘간의 동유럽 여행을 <3.26>종아리에 붙인 파스 냄새와 함께 아름다운
관광을 하고 왔다.
아직도 바람이 종종 비를 몰고와 피려다만 꽃들이 갑작스런 기후 변화에 움추린 풍경들은 우리나라 날씨보다는 조금 더 추운것
같았고 우리가 관광하는 나라마다 부활절 휴가라 그네들과 함께 우리도 어우러져 색다른 문화를 접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괜한 욕심 부려 여섯나라를 부지런히 관광을하려니
시차적응 어렵고. 많이걷고 .음식 입에 안맞고. 그래도 우리 8명의 낙엽띠들은 다른 일행들 보다 앞장서 걸었으니 파스가 동이 날 수 밖에....
12시간의 긴 비행 첫발디딘 독일의 푸랑크 푸르트 공항 .
어스름 저녁 보슬비가 내리고 라인강변의 갓 피어난 작은꽃 .개나리가 우리를 반긴다
학창시절 전혜린의 책들을 읽으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슈바빙 거리.
젊은 나이에 요절한 불꽃처럼 살다간 여인 .
유난히 눈이 크다란 그녀의 모습이 뇌리에 스치며 까스등 희미한 추억속의 전혜린을 슈바빙 거리에 내려 놓으며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라는 전혜린의 대표작이 기억에서 맴돈다.
항가리로 가기전 하이델 베르그에 들려서 전통맥주에 취해보는 낭만도 만끽 하면서.
항가리 부다 페스트 거리를 걸으며 우리는 수 학여행온 소녀들 처럼 상기된 모습으로 유람선을 타며 서서히 물들어 가는 저녁 야경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역사 속에서만 보았던 푸른 도나우강 유람선 난간에 기대어 불어오는 밤바람에 긴 머풀러를 휘날리리는 멋진 낭만도 즐기고.
사회주의라는 통념이 우리에게 깊게 뿌리내린 동유럽 국가들.
이제는 여유로운 자세로 관광객 맞이에 많이도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우리도 어느듯 예순의 초반에 들어서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으니
행복 하지 않은가?
29일 폴란드로 가는날 아우 슈비츠 수용소 입구에 들어서니 이유없이 어깨위로 싸늘한 찬바람이 일고 간다
수용소 작은 건물 사이마다 겹으로 쳐진 전기 철조망 2차대전 히틀러 시대의 잔악한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에서
마스카라 칠한 작은 눈 사이로 젖어오는 눈물이 목으로 넘어가며 가슴에 통증이 인다.
커다란 유리창 사이로 잘라낸 머리카락 수천 컬레의 신발들 안경 소지품등..그리고 마지막 가스실 옆 시체 소각장의 적나나한 모습
아!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수 없이 죽어간 유대인그리고 집씨들...
죽은자는 말이 없고이 비참한 역사는 세계 만민들에게 이토록 잔인한 역사를 알리고 있다
날씨는 그런대로 화창 했지만 음산한 아우 슈비츠 수용소 주위 끊어진 철길 사이로 유대인의 비명이 들리는 착각.
돌아나온 발걸음은 가볍지만 않은것을.....
기분을 바꾸어 우리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 도착했다.
모자르트의 생가를 관람하고 가게마다 특징을 잘 표현한 예술적인 수공예 간판들이 예술품 같이 멋지게 어우러진 게트라이트 골목도 거닐며
그유명한 지휘자 키랴얀의 마지막 숨울거둔 저택도 보았다.
화려하고 웅장한 미라벨 궁전앞에선 낙엽띠들의 기념촬영도 하고.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짤즈 캄머굿의 아름다운
푸른 호수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예쁜 모양들의 집들이 그림 처럼 세워져 있었다.
광활하고 넓은 땅이라 가까운 국경을 넘어 가는데도 보통 서너시간 넘게 뻐스를 타고 슬로 바키아 타트라 산맥을 넘어 선사 시대의 암염을 생산한 곳으로 알려진 소금광산의 경이로움....
.지하 300미터 암염 동굴속에 암연으로 조각된 내부 성당 그 외의 벽화들
예술성의 가치도 중요 하지만 어떻게 그토록 깊은 땅속에 특이한 기법으로 이토록 아름다운 조각을 했는지 새삼 놀래며 그냥 기억에 오래 담아서 간직 하기로 했다.
매일 뻐스 투어로 하는 긴 장거리 여행 이었지만 창가로 스쳐 지나는 차장 밖에는 키큰 자작 나무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대자연 속의 아름다운 그림같은 집들이 창문 마다 하이얀 레이스 카텐을 달아 화분을 키우는 그네들의 아늑한 정서가 항상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네 생활의 일부가 삭막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긴 여정 때로는 졸면서 자다 깨고 자다 깨고 . 시간의 벽을넘어 체코 프라하에 도착하면서 조금씩 지친다
프라하 야경이 그토록 아름 답다는 소문이 빈 말이아니듯 문득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두손을 꼭 잡고 이 야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상념에 잠기는 순간 머리위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빤짝이는 불빛들이 화려한 여인의 옷장식 같기도 하고 프리즘에 비추는오색 무지개 같기도 하고 볼타강 물결따라 고운 물감을 풀어놓은것 같다.
그러나 아름다움 뒤에는 .......밤과 낮의 차이 그토록 아름답고 영롱하던 야경도 뒷날은 화장지운 여인의 얼굴 이랄까
아무튼 체코의 유명한 명소들을 둘러보고 나이탓에 조금은 욕심을 무리한 여행이긴 했지만 물사정이 않좋와 매일 마셔대는 맥주와 톡특한 쏘시지 유혹에 몸무게가 늘어 얼굴이 보톡스 맞은것 처럼 부풀었다.
가이드 설명을 들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건망증 가는곳 마다 웅장한 건축양식의 시청사 성당 .천정의 벽화가 아름답고 스테인 그라스가 아름다웠고 슈테판 성당 .성 니콜라스 교회등....우리는 역사에 얼룩진 프라하의 봄 그 광장에 1422년 행해진 성직자
zeilvsky의 처형 장소이자 1918년 민족해방을 위한 투쟁등을 벌인 애환이 깃든곳 광장의 중앙에는 보헤미아 독립운동의 투사인
jan hus의 동상이 서 있는데 동상에는 나찌에 의해 만자 십자상이 새겨져 있고 ''프라하의 봄"이 끝나가는것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검은 휘장이 둘러져 있다.
기행문을 쓰려면 다녔던 곳마다 메모된 정리된 글을 써야 하지만 잃어버린 메모지와 룸메이트가 옮겨준 감기 선물에
그냥 생각 나는대로 두서없는 기억의 생각들만 나열해 보았다
2010년도 벌써 사월의 중반을 치닫고 열심히 앞만 바라보고 살아온 나이의 계단
문득 블로그에 글을 올리려 책상앞에 앉으니 오래전 남편과 함께했던 서유럽 여행의 추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가슴이 아린다
해마다 봄은 오고 오늘은 어제와 다를바 없건만 언제나 불어대는 이 시린 바람을 무엇으로 잠재울까....
여독이 풀리면 다음 주말엔 화사한 꽃다발 한아름 묶어서 벽제에 쓸쓸히 누워있는 내 짝궁에게 봄소식도 전하고
노총각 망내녀석 여친도 생겼다고 얘기하고 오리라
아름다운 동유럽의 멋진 봄들을 여고 동창들과 함께 한아름 담아온 사월의 나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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