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홀로서면. 가슴속 어디에 .깊이 묻어둔 맹세도 없건만.보고 싶은 얼굴 하나
내가 누구이고 . 그대가 누구이던 . 어디라도 한 번은 스쳐갔을. 떠돌이 세월이여
갈대도 키 크지않는 . 강변을 따라. 나보다 더 먼저. 슬픔의 한 계절을 울고 떠난. 강물 한 줄기 아직도 슲게 슲게 흐르고 있지만
밤이면 달빛 처럼 웃으며. 기약없는 길을 나서던 시절도. 기약없이 헤어지던 시절도 . 더는 없어야하리.마음에 짓눌러던 일도.
덧없이 허황한 때도 마침내 잊어야 하리.
잠시 눈 감았다 뜨면 내일이오고
내일은 비도. 바람 소리도멎고
또 몇날의 그리움이 끝나면 .모든게 떠나는 시간이 오리니. 그때 나는 가슴에 별처럼 눈물 한점만 남기리라.
< 1990.9.14>
내 인생의 역사를 가위로 잘라 추억을 불사르는 무심의 어느 봄날.
가슴 귀퉁이 오래한 그리움 송두리째 잘라낸다 수십권의 일기장......... 더러는 아름답고 투명한 보석같은 사랑 하나 슬픈 그리움으로 채색되어 불치병으로 자라던 아련함의 잔재 마져도 과감히 기억에서 덜어내며 돌아보는 세월의 종지부를 찍는다.
등 뒤로 비추는 햇살에 휘감겨 오는 차거운 꽃샘바람 하늘이 구름을 데리고 정처없이 흘러간다.
쌓여진 나이의 계단에 앉아 부질 없었던 자신의 집착 .늘 내방식대로 살고자 했던 아집 강했던 세월의 순간들을 이제는 마음닦는 참선의기도에 나를 내려 놓는다.
살면서 깨닫고.살면서 용서하고. 살면서 사랑으로 감싸는 모던 진리에 새삼 지혜를 배우며 .그 언젠가 내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날 나는 후회없이 살았노라 얘기하고 싶다'
많은 글들이 기억과 가슴에서 잉태되지 못한 아픔의 잡동사니 글들로 수많은 종이위에 나열했던 내 습작노트도 이제는 긴 세월의 시간 밖으로 한 조각 휴지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 다니리라.....
흘러가는 인생 세월에 보태어 친구들도 하나씩 긴 잠의 여행으로 이 세상을 떠나가고 가슴속 살고있는 오랜 얼굴 하나도 밟아서 굳어진 시간에 녹아 내리며
조금씩 정리하며 나를 돌아보는 삶 . 비우는 연습에 충실해 지자
새벽으로 가는 시계 바늘이 조용한 침묵속에 아침을 초대해 밝고 고운 생각으로 하루를 연다
늘 변하지않는 마음의 자세로 늙어가는 황혼길 .은빛머리 휘날리는 인생의 노을에서 나는 그윽한 향기로 내 생애 마침표를 찍으리라.
2011년 3월 16. 빛바랜 일기장을 정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