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이 다르다
아직 검은 외투를 벗지 못해도
햇살은 겨울의 앙금위로 느긋하게 얼음장을 녹이고 거리의 꽃집에선 봄이 쏱아져 나온다
음력 구정 새해의 차례를 간단하게 모시고 식구들 마다 감기 때문에 각자들 집으로 일찍 떠나고
아주 오래도록 지녀왔던 휴대폰을 바꾸어 준다고 둘째 아들이 스마트폰을 몇일전 사다놓고 갔다
사실 나는 스마트폰이 별 필요가 없음을 둘째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내가 바꾸려고 마음 먹었으면 애시당초 유행의 첨단을 따라겠지만 남편과의 소중한 추억이 묻어있는 017 휴대폰 이기에
지금 내 곁에 없어도 나는 늘 남편의 온기 느끼며 간직했던 번호의 전화기다
웬만한 기능은 다 잘되었고 시력이 나빠 노안이 되니 꼭 돋보기로 봐야하는 것 외엔 불편함 없었는데...
새로운 휴대폰의 다양함도 좋지만 손때 묻고 오래 간직한 휴대폰 속의 내 인생의 역사도 바뀌는 순간이다
그리운 친구에겐 항상 손편지를 쓰고 때로는 메일과 문자로 보내며 살았는데 요번에 사다준 스마트폰의 크기는 내 손보다
더 커서 화면보기엔 편리하고 다양한 정보들과 카카오 톡이 있어 즐겁긴 하지만 익숙치 않은 손놀림에 어색하고
손주들이 세배하러 와서 화장대위에 얹어둔 나의 사진들을 제멋대로 찍어 카카오톡 화면에 올려놓고 가족방 대화를 만들어
이모티콘으로 장식을 하고 한바탕 웃는다
조용했던 집에 왁지지껄한 사람소리 그리고 음식냄새 이게 사람사는 맛 인가보다
요번에 중학교 졸업한 외손녀인 유진이와 함께 이태리로 가족여행 떠난 딸이 베니스에서 영상통화로 새해 인사를 하니
참 생동감 넘치는 편리한 세상의 한 장면이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살아도 되련만 새로운 휴대폰에 길들여지면 손놀림도 좀 빨라져서 기억력도 좋아지려는지...
갑작스레 바뀐 내 전화기를 친구들이 알면 깨나 놀림감이 되겠다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017을 바꾸지 않는 천년기념물이 되겠다고 큰소리 쳤었는데...
아무튼 이래저래 이젠 나도 스마트폰 대열에 합류하지만 때로는 옛것이 더 그리울때도 있지않던가?
오늘도 언제나 그러하듯 모두가 떠나고 나면 갑자기 휑한 쓸쓸함 !
그래도 오늘은 어눌한 손놀림으로 스마트폰 작동하며 혼자만의 즐거움에 그리운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설연휴의 안부들을 보냈다
이제는 전화기 첫 화면에 손주들 모습의 사진을 간직할게 아니라 철따라 피는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
세월의 연륜이 쌓여 늙어가는 내모습 .인생의 훈장인 주름살도 곱게 다듬에 영상속에 담아보리라
봄이오는 이 길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