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봄이 오는 길목

백목향1 2018. 2. 23. 20:26

 

먼 발치서 달려오는 봄의 향기를 눈치없는 눈발이 막아서 온통 세상이 하얀 아침

그래도 동네 가득  햇살이 피었네

어저께 올해 대학입학한 외손녀와 딸이 온다기에 아침부터 혼자 부지런을 떨고

묵은 김치로 전을 붙이고 아삭한 봄동을 식탁에 올려 삼대가 함께 수다로 식탁을 장식하며

맛갈난 점심과 은은한 다즐링 홍차를 마시며 한껏 꿈에부푼 손녀의 모습이 그렇게 예쁘게만 보인다 

나도 저토록 꿈많은 시절이 있었던가하고 생각의 나래를 펴는 순간

남은건 반찬통에 담아 달라며  차 막힌다고 제 실속만 차려 떠나는 내 딸의 모습이 친정가면 꼭 내가하던

그 모습을 그대로 닮아가는 모양. 눈 위에 자동차 바퀴의 흔적만 남기고 떠난 두 모녀를 오래도록 배웅하고.

 

이곳으로 이사를 오니 오히려 자식들이 더 자주 왕래를해

늘 혼자였던 생활이라 그런지 때론 반갑기도하고 사실 때론 귀찮기도 하다

모던 문화시설이 서울보다 못해 답답은 하지만 그 덕분에 독서량이 늘어나니

그 또한 즐거움으로 삼고  서울보다 청량한 공기와 그런대로 갖추어진 헬스장이 있어 하루를 보내는 시간속에

아파트를 한바퀴 돌아 뻐스를 타고 안양 시장엘 자주 나들이를 간다


더덕 .달래 .냉이. 거리에 즐비한 봄나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맹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노부부가

난전에서 채소를 파는 정겨운 모습에 굵어진 손마디  손톱마다 흙이 베긴 손에서 연민의 정을 느끼며

시장에 오면 살아가는 사람 냄새에 안이한 내 생활 태도도 더러는 반성하는 걸...

 

지난 한 해는 유난히 많이 아팠다

웬만한 병치레는 세련될만도 한데 큰 검사가 있을때는  꼭 한 번씩 집안 정리를 한다

언제 떠나도 정갈함과 단순함으로 흔적 지우고 싶기에

 

요즈음은 주로 스님들의 법문집을 읽으며 지식보다는 지헤로 사는 방법을 익힌다

손마디가 아파 관세음 사경도 .컴 좌판 두드리는 것도 조금식 게을러져 가고

기억력도 예전보다 아둔해 지지만 나름대로 노년의 생활을 고운 빛갈고 채색하고 싶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쩌억 쩌억 갈라지는 얼음장 밑으로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남녁에선 울음 먹고 피어난 동백. 그 작은 힘들이 겨울을 녹이고

그 붉은 빛으로 산과들이 계절의 반란을 준비하겠지

눈 감으면 들린다

저 만치 연두빛 희망을 안고오는 침묵의 소리 봄과 함께...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마 준비  (0) 2018.06.22
북유럽 추억을 만들며  (0) 2018.06.10
세월과 친구  (0) 2017.06.12
새로운 시작  (0) 2017.01.11
조용한 슬픔  (0) 2016.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