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6월이 떠나는 끝자락엔 장마를 대동하고 머물다 훌훌히 떠나는 일년의 반이 끝나는 자리
어제는 방배동 한 카페에서 몇몇 친구들이 모여 저녁나절 까지수다를 떨고
다음주 부터 장마가 시작 된다는 일기예보에 오늘은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오랜만에 안양 시장엘 다녀왔다
젊은 시절엔 비오는날의 아름다운 낭만도 있었지만 나이드니 습하고 긴 장마는 짜증날만큼 싫어지는 계절병이되고.
깻잎을 사와 깻잎절임도 만들고 . 작은 메추리알과 소고기 장조림도 만들고. 북어포 무침도 만들고
견과류 넣은 잔멸치 볶음도 만들고 .카레까지 만들어 냉동실에 넣고나니 혼자만의 잔치에 널부러진
씽크대위의 풍경들이 참 가관이다
제자리 찿아 정리를 하고보니 긴 하루해가 저물어가고 아프기 전에는 소흘했던 식생활들이 크다란 병하나
선물 받고 나서야 제대로 극진히 날 대접하며 산다.
연이은 무더위속 태양은 거리를 달구고 불던 바람도 그늘에 잠시 쉬어가는 금요일 오후
정갈하게 담은 반찬통을 냉장고에 정리하며 등줄기 땀이 비오듯 하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만들었다
홀로사는 외로움 때로는 쓸쓸함 비껴내려도 음악을 보태고. 아침 저녁 전화로 챙겨주는 자식들의 사랑을 보태고
매일 카톡속의 안부를 전해오는 지인들의 우정을 보태고. 사경을 쓰는 순간의 잔잔한 행복도 보태고
가끔식 전해오는 손주들의 착한 할미사랑도 보태어져 내 마음의 작은 행복 수첩엔
나날이 늘어가는 기쁨의 동그라미들......
산다는 건 이런 소소한 재미의 일상들이 세월속 나이를 만들고 조금씩 늙어가면서 아프고 눈가에 잔주름 늘어나지만
그것도 세월의 훈장이라 생각하면 뭐그리 애닯아 할것도 없는걸
언제나 일년의 반이 지나는 6월의 길목에서면
장마와 울혈 진 자주빛 슬픔을 간직한 봉숭아 꽃물든 손톱
그리고 창문울 후려치는 장마비 소리는 미망을 깨우는 죽비를 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