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바람의 말 / 마종기

백목향1 2022. 1. 22. 15:06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으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바람의 말  /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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