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겨울 단상에 젖어 /나상국

백목향1 2021. 12. 17. 14:55

 겨울 단상에 젖어   /   나상국

 

    하루 하루 짧아지는

    하늘빛 길이만큼

    점점 더 짧아지는 보폭으로

    종종 걸음질 친다

 

    땀나도록 토해내던 열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랜

    빛바랜 낙엽을 떨어낸

    나무들이 나목으로 거리에 서서

 

    이제 싸늘하게 식어버린

    바람의 무게로

    온몸으로 받아 안아야만 한다

 

   새의 깃털 같이

   가볍게 떨어져 내리는

   순백의 날들이 수북히 쌓이는

   계절의 강가에 머물며

   수런대는 갈대의 이야기를

   밤새워 듣는다

 

   어느 오후

   먼 산 그림자를 밀어내고

   설화 피어난 창가에

   찻잔을 맴도는

   짧은 생각의

   나이테 하나 긋고 있다

 

  

 

 

 

  

 

      

'백목향의 블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 조병화  (0) 2022.01.20
어떤 결심 / 이해인  (0) 2022.01.12
초겨울 편지 / 김용택  (0) 2021.12.08
너의 이름 부르면 / 신달자  (0) 2021.12.03
가을 편지 / 나호열  (0) 2021.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