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본래 자기가 아닌
그 무엇이 되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름이 없고
작은 들꽃이라도 대대손손
저만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지켜간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다
이 세상의 수 많은 꽃들 중에
자살하는 꽃은 하나도 없다
사는 게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고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비바람 눈보라 속에도
끝내 꽃을 피우고야 만다
꽃이 약하지 않는 이유다
꽃은 외딴 곳에 홀로 필 줄도 알고
무더기로 어울려 필 줄도 안다
외로움을 겉으로 티내지 않고
한데 모여 요란을 떨지도 않으며
한세월 제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꽃이 통이 크고 믿음직한 이유다
꽃은 매양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지만
수정 같은 눈물 하나
제 몸에 가만히 담아 두었다가
따스한 햇살 한줄기에
그 눈물 가벼이 씻을 줄도안다
꽃이 스승인 이유다
꽃은 한평생 말 한마디
뻥끗하지 않지만
피고지고
또 다시 피는 삶으로
참 뜻깊은
무언(無言)의 말을 한다
꽃이 최고의 시인인 이유다.
ㅡ정연복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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