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꽃의 찬가...정연복

백목향1 2023. 4. 27. 16:42

꽃은 본래 자기가 아닌

그 무엇이 되려고 안달하지 않는다

특별한 이름이 없고

작은 들꽃이라도 대대손손

저만의 모양과 빛깔과 향기를 지켜간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다

 

이 세상의 수 많은 꽃들 중에

자살하는 꽃은 하나도 없다

사는 게 힘들다고 투정하지 않고

묵묵히 세월을 견디며

비바람 눈보라 속에도

끝내 꽃을 피우고야 만다

꽃이 약하지 않는 이유다

 

꽃은 외딴 곳에 홀로 필 줄도 알고

무더기로 어울려 필 줄도 안다

외로움을 겉으로 티내지 않고

한데 모여 요란을 떨지도 않으며

한세월 제자리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꽃이 통이 크고 믿음직한 이유다

 

 

꽃은 매양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지만

수정 같은 눈물 하나 

제 몸에 가만히 담아 두었다가

따스한 햇살 한줄기에

그 눈물 가벼이 씻을 줄도안다

꽃이 스승인 이유다

 

꽃은 한평생 말 한마디

뻥끗하지 않지만

피고지고

또 다시 피는 삶으로

참 뜻깊은

무언(無言)의 말을 한다

꽃이 최고의 시인인 이유다.

 

                            ㅡ정연복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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