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사랑하는 붉은 장미의 정열이 줄기따라 번져가는 녹색의 계절
초록은 저마다 가슴에 꽃등 하나씩 달고 유월의 사랑에 노래 부른다
싱그러운 초여름의 문턱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베어 나오는 파란 하늘
나는 이런 날이면 수 없이 이별하고 떠나보낸 짝사랑의 연인들이 기억의 그림책으로 펼쳐진다.
그러면서도 .나는 아직도 사랑 이라는 단어가 나오면 가슴이 쿵쾅 거리는 참 철없는 늙은이다.
더러는 먼지 쌓인 세월속 추억을 꺼내 닦아보며
아득한 그리움의 향기에 나보다 먼저 긴 잠에 빠진 사랑했던 사람도 조금씩 옅어져가고........
어린시절 짝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에덴의 동쪽 이라는 영화를 보고 너무나 멋있게 생긴 제임스틴을 죽도록 사랑했고.
감수성 예민했던 여고시절.
장열 633 의 전쟁영화 주인공 죠지 차키리스와 .불란스 영화 훼드라,<일명 .죽어도 좋아>의 안소니 퍼킨스를 사이에 두고 둘중에 누굴 택할 것인가
참 어이없는 사랑 고민으로 사춘기 가슴앓이를 보내기도 했다.
닥치는대로 읽어댄 전집류의 문학작품 에서도 언제나 나의 짝사랑은 늘 대기상태 였으니.....
조금씩 나이들어 성숙된 그리움의 자아가 톡톡 튈무렵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멋만 부리고 다녔던 대학시절.
단짝 친구랑 둘이서 보러갔던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 .
지성과 정열을 겸비한 그의 강한눈빛 표정 연기에 매료되 나는 미련 없이 위의 세 남자를 떠나 보내고 중년이 될때 까지 고이 간직했던 사랑이었건만
해묽은 일기장 책갈피에 꽃아둔 사진의 발단으로
"엄마는 주책이야"라는 딸의 놀림에 내 아름다웠던 짝사랑도 끝이 났다.
그러다 어느날은 너무 허전해서 한수산 소설의 가을꽃 겨울나무의 주인공 기훈이를 늘 생각에 담기도 하고...
돌아보면 참 꿈많았던 젊은 시절 결혼이란 굴레로 나를 묶어둔 세월
고갈되어 말라버린 가슴속 귀퉁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무성하게 자라는 시린 그리움.
더러는 노을진 창에 기대어 향짙은 뜨거운 커피로 녹여보며 이제는 부질없는 짝사랑 하지말고 살아야지 하면서도
어느날 우연히 지나친 우리 동네 대형 백화점 높다란 건물벽에 잔잔한 미소 머금고 중후하게 걸려 있는 리처드 기어의 멋진 광고 사진.
아! 갑자기 물보라 번져가는 가슴속 메아리 목을 휘감는다.
나만 내려다 보고 웃고 있다는 자만스린 착각의 행복.
언제 거두어 내릴지 모르는 거대한 간판속 모습이지만 .온화하게 항상 웃고있는 내가슴에 깊게 고인 혼자만의 짝사랑이 있어 순간의 행복에
비껴가는 작은 외로움들......
짝사랑 만큼 아프고 행복한 것은 없다
사랑 이란건 신이 둘이서 하는 것이라고 정했지만
혼자 하기 때문에 아픈 것이고
행복한 이유는 이별이 없으니까.........<어느책의 구절에서> 6.12. 백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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