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세상사는 이야기

백목향1 2009. 11. 2. 10:34

     몇전년 오래 함께한 옆지기는 아주 깊은 잠으로 내곁을 떠나고

     예기치 못한 일들의 시작으로 참 바쁘게 살아온 나날들.

     이제는 하던 가게를 접고 좀 편하게 하고싶은 어학공부나  하고  배우다 그만둔 그림이나 그리면서 지낼까 계획을 세웠건만

     며느리 남편에게서 어려운 초청 도우미 부탁이 왔다

     그것도 다름아닌 손주들 교육과 신종플루 때문이라니.....  

     선뜻 내키지 않지만 모처럼 건네온 부탁에 어찌 내욕심만 채우랴!

     초등학교   3학년 손주 .6살배기 유치원 손녀.

     시간제 파출부. 밤늦은 어린이집 .때로는 사돈어른까지  번갈아 가며 맞벌이 부부생활에 적당히 잘 짜 마추며 때로는 오손도손

     때로는 아웅다웅 다투어가며 살더니만.......

     그동안 한번도 며느리와 함께 살아보지 않은 다소의 어색함이 먼저 떠오르고.

     항상 입버릇 처럼 나는 자식 들에게

     나는 너희 세명 <1녀2남>키우는 것으로 임무는 끝났으니 결혼하면 절대 손주 맡기는 생각은 아예 하지 말라고  못박은지 10년

     그래서 인지 외국서 공부하고온 딸도 전공을 접은채 . 전업 주부로 두명의 아이를 훌륭히 키우고 있고. 

     서른이 넘은 망내녀석은 아예 결혼은 관심 밖인채 나름대로 포부의 꿈을 키우며 대기업  회사에 몸 담고 있다

     그러나 장남은  사내 연애결혼으로 둘 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힘들고 어려울땐 에미에게 조언도 구하며 그런대로

     아이들 잘 키운다 싶더니.......<하기사 자식 키우기가 어디 생각보다 쉽던가>

   

    모처럼 자신을 위해 마련한 문화센터 수강증을 휴지로 버리고 떠나는 가을의 발걸음

    미리 예약된 단짝 친구들과 오크벨리  새볔이슬 머금은 잔듸위에 작은공 하늘에 날려보고  며느리 집으로  오는 길목

    여러가지 생각들이 순서없이 밀려 온다

    직장 다니는 요즈음 며느리들이야 항상 손님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서며.마음의 부담을 내려 놓기로 한다

   수행하는 보살행 마음으로 생각 한다면 뭐 그리 어려울게 있으랴 !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며 열린마음 넉넉히 고부간의 정도 새로 느낄것이고,

   자주 못봤던 손주 녀석들과도 동화책 읽어주는 자상한 할머니로 거듭 기억에 남지 않을까

   평소 냉철한 이 에미에게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전화를 했을까 하고 생각하니 키울때부터 유난히 마음여린 아들모습에

   가슴이 짠해온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의 발자욱

   이제는 더불어 사는 가족간의 사랑 . 나 하나 조금 희생해주면 이토록 기분좋은 부모자식간의 깊은사랑 인것을....

   익숙치 않은 아들네집 생활 이지만  .날마다 하나씩 만들어 가는 기쁨수첩에 내마음 그려넣고

   인자한 시에미로 후회없이 지내다 오리라.

   작은 외로움 곳곳에 내려 앉았던 나의 공간에서 소란 피우는 동심의 꿈나라에 손주들과 함께 동행하며 .

   지금의 가을이 가고   또 하얀눈 내리는 침묵의 겨울이 지나고

   연두빛 향기 머금은 고운빗질 바람결 가슴속 봄이오면

   잔잔한 행복 가득담은 아름다운 꽃신에 화려한 수를 놓아 은빛나무 작은집에 신고 오리라

   120일 긴~여정이 끝나는날            

                                                                                    2009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