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녀 중학교 졸업식에 맞추어 부산에서 올라온 내 단짝 혜림이와 그리고 옥숙이 수빈이 까지 함께한 저녁 만찬
묵혀둔 우정의 향기가 강남에 있는 한 작은 한정식 방안에 그윽하게 퍼진다
정말 얼마만에 만나는 낙엽띠들의 아름다운 해후랴 !!
여고시절 문예반에서 결성된 일곱명의 친구 차칭 레인보우라 는 명칭으로..
공부는 실력대로 서로의 다른대학을 다녔지만 유독 혜림이만 국민학교에서 대학까지 함께한 오랜 지기다
모두다 제몫의 장점을 한가닥씩 사회에 공헌했던 젊은시절
그때 그 시절의 추억들이 밀물져 오고 지금은 우리곁에 없는 영숙이와 성희는 하늘 나라에 있다
그리고 그림을 전공한 우리들 중의 제일 멋쟁이 미선이는 현재 미국의 쌘프란씨스코에서 다복한 노년을 살고있고
수빈이와 나는 서울에 혜림이와 옥숙이는 부산에 산다.
단발머리 여고시절의 그 풋풋했던 소녀들이 이제는 칠순을 바라보는 할머니들이 되어 그래도 마음만은 아직도
소녀의 감수성을 지닌채 산다 남들이 보면 늙었을 우리모습인데도 우리는 서로 친구들을 보면서 늙지않았다고 칭찬을 하니
옆사람들이 들으면 얼마나 웃을까....
우리들의 변함없는 우정으로 함께했던 그 오랜 시간속에 제일 먼저 영숙이 사고로 떠난지 15년
그 다음에 성희가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난지 10년째다
그리고 미선이는 연구원인 남편을 따라 사십대에 미국으로 가서 올림픽 경기처럼 4년마다 한번씩 한국에 다녀가드니
이제는 비행기 타는것도 지겹다고 우리더러 함께 즐거운 수다여행 추억으로 만들자고 미국으로 놀러 오란다
그래서 우리는 내년쯤 나만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4명이 다정하게 쌘프란시스코 부자로 사는 미선네로 갈 계획이다.
어느듯 세월은 흘러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리고
자식들 얘기보다 손주들 얘기에 살아온 시름을 잊고
각자의 첫사랑을 꺼내어 아쉬움을 토로하며 투명한 유리잔에 거품솟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킨다
서로의 추억을 들추어 내어 아직도 기억속에 숨겨둔 그리운 이름들을 호명하며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궁금증을 보태어
나이를 잊은 옛날로 돌아가기도 하며...
오랜만에 회포푸는 할망구 친구들 모임 좀 넉넉히 시간주면 어디가 덧나는지 계속 영감들에게서 휴대폰이 울린다
가능하면 늦지않게 일찍 들어오란단다 밤길 조심 챙겨주며
똑같은 세명이 푸념아닌 푸념을 한다 이젠 영감도 지겹다고...
그냥 웃는다 나는
자유도 적당한 구속이 있어야 아름다운 것이지 나처럼 혼자가 되어보라 때로는 간섭이 행복일때도 있는것을.
부산과 서을도 가깝고 .같은 서울에 사는 수빈이는 더 가까워도
우리 4명이 만나는게 왜그리 어려웠을까
문제는 내 성격이다 .갑상선암 수술이후로 단절했던 친구들에게서 위로의 메일들이 나를 반겨도
외골수인 자신을 바꾸는데 참 힘들드라
2년동안 거부했던 단절된 우정들을 다시 챙기며 요즈음은 내가 먼저 안부를 보내고
내가 살아온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예전의 나로 돌아간다
환경이 사람을 변모 시키듯 추락했던 한번의 내 삶의 상처를 인생의 교훈으로 치유하면서...
역시 포두주와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다했던가
이제는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며 앞으론 좀 자주 만나며 살잔다
한달에 한 번씩 이라도 서울과 부산에서 ...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못가본 성희와 영숙이의 납골당에도 가보고 모아둔 그리움도 내려 두고 오고 싶다
그 찬란했던 여고시절의 레인보우가 이젠 늙은 네잎클버로만 남은 쓸쓸한 우정의 동산
먼저 떠난 친구들을 기억하며 붉은 노을에 깃든 황혼의 발자욱 불어오는 세월의 바람결에 곱게 곱게 간직하리라
앨범속에 영원한 소녀로 웃고 있는 영숙이와 성희는 그대로 두고
살아온 날들의 인내가 만들어준 할머니란 나이의 왕관을 아름답게 쓰고 잔주름 넉넉한 우리들의 모습에 깊어가는 인생...
혜림, 옥숙, 수빈 ,그리고 미국에 살고있는 미선,
2014년 2월 14일 정월 대보름날에
아침부터 바빴던 즐거운 마음 봉은사 정월 대보름기도
부처님전에 엎드려
나를 아는 모던 사람들 올 한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길
108 염주 돌리며 기원하고 내려오는길
반가운 현동님도 만나 새해 인사 나누고
2년만에 함께했던 낙엽띠들의 저녁만찬 수다에 행복한 마음 지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