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켜진 손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렇게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터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드리는 풀빛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속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찿아와 마음의 그릇을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구룡박으로 떠 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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