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 10

나의 슬픔에게...이태수

나의 슬픔에게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불을 켜서 오래 꺼지지 않도록유리벽 안에 아슬하게 매달아 주고 싶다나의 슬픔은 언제나늪에서 허우적이는 한 마리 벌레이기 때문에캄캄한 밤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거나아득하게 흔들리는 희망이기 때문에 빈 가슴으로 떠돌며부질없이 주먹도 쥐어 보지만손끝에 흐트러지는 바람소리바람소리로 흐르는 오늘도돌아서서 오는 길엔 그토록섭섭하던 달빛. 별빛  띄엄띄엄 밤하는 아래 고개 조아리는나의 슬픔에게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불을 켜서희미한 기억속의 창을 열며하나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다제 몸마져 남김없이 태우는그 불빛으로 나는 나의 슬픔에게환한 꿈을 끼얹어 주고 싶다

나를 위로 하는 날...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내가 나를 위로 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 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나의 허물과 약점들이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 때문에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조금은 계면 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 하며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 이라네

언제나 내게 봄은...

봄날과 함께 갔다가(열흘간 병원 입원) 봄날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참 쓸쓸한 날창밖에 비추는 햇살을 집안으로 불러들여오랜만에 차 한잔의 여유속에 내가 머문다 아파트 화단엔 그사이 진달래와 철쭉들이 만개해연초록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살포시 지나는 바람 사이로 조금씩 봄이 진다 나는 또 한계절을 보내며 잃어버린 시간속에남겨질 것들을 만드는 현재를 살아서희망이란 낱말을 가슴에 담고소리없는 편안함으로 하루 하루 곱게 색칠하며이 봄을 떠나 보내리라

나의 이야기 2024.04.25

복사꽃...이정하

할 말이 하도 많아 입 다물어 버렸습니다 눈꽃처럼 만발한 복사꽃은 오래가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 가세요, 그대 떨어지는 꽃잎처럼 가볍게, 연습이듯가세요 꽃 진 자리 열매가 맺히는 건 당신은 가도 마음은 남아 있다는 우리 사랑의 정표겠지요 내 눈에서 그대 모습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온전히 받아 나 스스로 온몸 달구는 아름다운 사랑을.

인생의 무게가 너무 힘겨울 때...김경호

우리가 삶에 지쳐있을 때나 무너지고 싶을 때 말없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때때로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하여 속 마음 마져 막막할 때 우리 서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자 누군가, 사랑에는 조건이 따른다지만 우리의 바램은 지극히 작은 것이게 하고 그리하여 더 주고 덜 받음에 섭섭해 말며 문득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먼 회상 속에서도 우리 서로 기억마다 반가운 사람이 되자 어느날 불현듯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시간에 우리 서로 마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혼자 견디기엔 한 슬픔이 너무 클때 언제고 부르면 달려울 수 있는 자리에 오랜 약속으로 머물며 기다리며 더 없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눈 시리도록 바라 보곺은 사람. 우리 서로 끝없이 끝없이 기쁜 사람이 되자

홀로 무엇을 하리...홍관희

이 세상에 저 홀로 자랑스러운거 무어 있으리 이 세상 저 홀로 반짝이는 거 무어 있으리 흔들리는 풀 잎 하나 저 홀로 움직이는 게 아니고 서 있는 돌맹이 하나 저 홀로 서 있는게 아니다 멀리 있는 그대여 행여 그대 홀로 이 세상 서 있다고 생각 하거든 행여 그대 홀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가든 우리 함께 어린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밥그릇 속의 밥알 하나 저 홀로 우리의 양식이 될 수 없고 사랑하는 대상도 없이 저 홀로 아름다운 사람 있을 수 없듯 그대의 꿈이 뿌리 뻗은 이 세상에 저 홀로 반짝이며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있을 수 없나니

그대 뒷 모습...서정윤

그대 아직도 기다리고 있나 그 허무한 기대 나무는 언제나 흔들리고 또한 그만큼 굳건해지지만 그리워 눈 감고 바라보는 눈길은 내가 다가 설 수 없는 먼 하늘 저편 다시 날개가 자라기를 바라지만 내 가슴의 바람은 불꽃속에 넘실대는 그대 뒷 모습 늘상 바위에 깨어지는몸으로 더욱더 흔들리는 그림자 나의 생명은 이제 그대로 부터 시작된다 짧은 삶 을 그린 수채화 그 안에 아직 마르지 않은 뒷모습 허전한 사람이 찍은 발자국이 번지고 있다

4월의 詩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계절 차라리 눈물이 난다 돌아보는 곳마다 함박웃음 짓는 꽃들의 유혹에 짐짓 유혹당해 본다 장자의 "호접몽" 에서처럼 잠시 나비가 되어 날아 꽃과 사랑에 빠져 보기도 하고 꽃의 향기에 취해 흔들리기도 하며 이 아름다운 계절을 한껏 즐기고 싶다 한 세상 산다는 것이 별거드냐 백년도 못 사는 인생 꿈꾸듯 살아보고 취한 듯 살아보자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보고 그 아름다움에 푹 빠져 보는 것도 인생에 때로는 필요하지 않을까 이 계절에 한 편의 詩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