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구부러진 길...이준관

백목향1 2023. 4. 23. 09:44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어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ㅡ이준관ㅡ

'백목향의 블로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마음자리...김시천  (31) 2023.04.24
연꽃...목필균  (38) 2023.04.23
등대...이홍섭  (57) 2023.04.18
새벽 편지...곽재구  (23) 2023.04.17
페이지를 넘겨요  (38) 2023.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