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지는 꽃을 위하여...문정희

백목향1 2023. 10. 2. 14:18

잘 가거라 ,이 가을날

우리에게 더이상 잃어버릴 게 무어람

아무 것도 있고 아무 것도 없다

가진 것 다 버리고 집 떠나

고승이 되었다가

고승마저 버린 사람도 있느니

가을꽃 소슬히 땅에 떨어지는

쓸쓸한 사랑쯤은 아무 것도 아니다

 

이른 봄 파릇한 새 옷

하루하루 황금옷으로 만 들었다가

그조차도 훌훌 벗어 버리고 

초목들도 해탈을 하는 

이 숭고한 가을날

잘 가거라 , 나 떠나고

빈들에 선 너는 

그대로  한 그루 고승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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