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시를 읽는다...박완서

백목향1 2023. 10. 22. 16:58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