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천천히 가는 시계...나태주

백목향1 2023. 2. 21. 10:14

천천히 ,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

아,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

아,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느끼게 되고

 

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

으흠, 저녁밥 지을 때가 되었군, 깨닫게 되는

새의 울음소리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팔꽃이 피어서

날이 밝은 것을 알고

 

연꽃이 피어서

해가 높이 뜬 것을 알고

 

분꽃이 피어서 

구름 낀 날에도 해가 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가고

시도 쓸 만큼 써 보았으니

인제는 나도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 하나쯤 내 몸 속에 기르며 살고 싶다

 

                                   <천천히 가는 시계...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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