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6

10월, 너를 보내며...윤보영

10월, 너를 보내며...윤보영     간다면    10월이 기어이 가겠다면 보내자    뒤도 돌아보지 않도록     기분 좋게 보내주자    나뭇잎 하나를 떼어 내면서도   가슴 가득 그리움만 담아대더니   주섬 주섬 주워들고 길떠나는 10월 !    세월에서   한 달을 놓아 준다는 것은   가는 것이 아니라   간만큼 다시 가까워 졌다는 뜻이다   그래도 10월이  아름다운 그리움을   남기지 않았던가   남겨진 그리움으로  다시 돌아올 10월까지  사랑하며 살자   우리  우리 꼭 그렇게 살자

기다리는 사람...김재진

기다리는 사람...김재진        설령 네가 오지 않는다 해도       기다림 하나로 만족할 수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 묵묵히 쳐다보며       마음속에 넣어둔 네 웃는 얼굴      거울처럼 한 번씩 비춰볼 수 있다        기다리는 동안 함께있던 저무는 해를       눈 속에 가득히 담아둘 수 있다       세상에 와서 우리가 사랑이라 불렀던 것       알고 보면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다른 이름이다       기다리는 동안 따뜻했던 내 마음      너에게 주고 싶다      내 마음 가져간 네 마음을      눈 녹듯 따뜻하게 녹여주고 싶다       삶에 지친 네 시린 손 잡아주고 싶다      쉬고 싶을 때 언제라도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기다림으로..

가을이 떠나기 전에...이채

가을이 떠나가 전에 보내야 할 사람이 있다 떠나야 할 사람이 있다 들녘을 바람에 내어주고일찍감치 변방에서떨고 있는 늦가을 무엇이 외로워 갈대는 저리도 흔들리는가 가을을 보내기 전에보내도 보내도다 못보낼그리움으로 키울 사람이 있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떠나도 떠나도다시 그 자리고독으로 가둘 사람이 있다 저 들녘은 무엇이 슬퍼빈 바람에 잠 못 드는가

가을비를 맞으며 ...용혜원

가을비를 맞으며...용혜원           촉촉히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며          얼마만큼의 삶을          내 가슴에 적셔왔는가          생각해 본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인가          언제나 마음 한 구석에          허전한 마음으로 살아왔는          훌쩍 떠날 날이 오면          미련없이 떠나 버려도          좋을 만큼 살아왔는가           봄비는 가을을 위하여 있다지만          가을비는 무엇을 위하여 있는 것일까          싸늘한 감촉이          인생의 끝에서 서성이는 자들에게          가라는 신호인듯 한데           온몸을 적실 만큼          가을비를 맞으면  ..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남몰래 간직한 그리움을  하나씩 둘씩 삭히는 일이다 결코 내게 오지 않을 사람을결코 내게 오지 않는 사랑을 결코 내게 오지않는 희망을하나둘씩 버리는 일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은꿈을 키우기도 하지만꿈을 버리기도 하는 일이다 나이를 먹는 다는 것이얼마나 허망한 것이며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나이를 제법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나이를 먹음에 따라숫자라는 훈장을 텅빈 가슴속에 대롱대롱 달고 산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