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 7

하루 밖에 살 수 없다면 /울리히 샤퍼

하루는 한 생애의 축소판 아침에 눈을 뜨면 하나의 생애가 시작되고 피곤한 몸을 뉘며 잠자리에 들면 또 하나의 생애가 마감됩니다 하루 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당신에게 투정 부리지 않을 겁니다 하루 밖에 살 수 없다면 당신에게 좀더 부드럽게 대할 겁니다 아무리 힘겨운 일이 있더라도 불평하지 않을 거구요 하루 밖에 살 수 없다면 더 열심히 당신을 사랑할 겁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모두 사랑 하기만 하겠습니다 그러나 정말 하루 밖에 살 수 없다면 나는 당신만을 사랑하지 않을 겁니다 죽어서도 버리지 못할 그리움 그 엄청난 고통이 두려워 당신 등 뒤에서 그저 울고만 있을 겁니다 바보 처럼

티스토리와 함께하는 고마운 인연들께

지금 이시간 당신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이 내게는 참으로 행복입니다 따스한 커피잔과 같이 당신의 정많은 숨결은 두배의 기쁨이 되어 전해져 오고 당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한스푼의 설탕까지도 너무나 달콤하게 합니다 참으로 고마운 당신 쓰디쓴 시련의 날도 있었고 뜨거운 고통의 날도 있었지만 은은한 커피의 향처럼 조용한 가운데서 늘 나를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셨습니다 지나온 우리의 세월들이 핑크빛 같았던 마음을 커피 색갈이 변하게 했을 지라도 이 세상 사는 날까지 당신과 함께하는 커피 한 잔이 이렇듯 행복이길 기원 합니다 -오광수-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렇게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터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드리는 풀빛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속같은 눈꽃으로 너는 그렇게 찿아와 마음의 그릇을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구룡박으로 떠 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어느날의 일상

아침 저녁 일교차 심해도 한낮의 포근한 햇살이 맑고 투명한 유리창문 사이로 스며든다 거리에 쌓이는 낙엽들은 길 떠나지 못하는 나그네가 되어 머물고 가을산은 어느듯 폐가처럼 황량해져 한 시절의 격정을 불사른 나무들은 맨몸 허전해 그림자만 키우고 깨진 낙엽 조각 밟으며 단풍을 추억해 보는 날 이 눈물겨운 가을빛도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져 찬서리 내리듯 소리없이 닿아버린 황혼의 나이 우리 앞에 몇번이나 남았을까 울긋 불긋한 세상 조용히 떠나는 애처로운 바람 소리 빈 들녁에 깔리는 소리없는 비명의 갈대들 일체히 손사래 치며 떠나는 가을 끝자락 가을산 그곱던 추억은 어디로 흘러갈까

나의 이야기 2022.11.18

가을 그리고 초겨울의 문턱에서 / 김용호

가을은 모던 것을 풍성하게 채워주고 나누어주는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득 채워졌던 산과 들도 애써 수고한 손길에게 모두 되돌려주고 허허롭게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 된다 붉은 단풍으로 아름답던 나무들 낙엽 우수수 털어내고 자신의 발치에 누워 침묵하는 겨울 맞을 준비를 하고 바람이 불때마다 툭툭 떨어지고 털리는 소리로 바쁜 계절 떨쳐 버릴 것 다 털고 선 나무들 풍상에 시달린 만큼 덤덤하게 서서 푸른 하늘만 바라본다. 모두 자신의 뿌리를 찿아가는 계절 가을은 자꾸 저물어 가는데 찬바람 부는 초겨울의 문턱에 서서 계절이 우리에게 남기고 가는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

묻지를 마라 / 허석주

은행나무 잎은 노란색으로 느티나무 잎은 갈색으로 단풍나무 잎은 붉은색으로 서로 다른 색으로 물드는 날들 모두 푸른 잎사귀로 살았는데 잎사귀 색깔들이 왜 다르냐고 묻지를 말어라 나무들 마다 말못할 사연 있겠지 차마 내뱉지 못한 말들이있겠지 서로의 만남 결과가 다르고 각자의 사연이 틀리고 서로의 아픔이 모두 다르듯 모두 사정의 있어 색이 다르겠지 자꾸만 물든 사랑일랑 묻지마라 가을은 잠시 머문다 인연이 되어 낙엽 지는 날에 바람에 휘날려서 부서질때까지 잎새에 물들은 사연 묻지를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