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10

송년 엽서...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 번 스쳐가듯 빨리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것은 잊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 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겨울 고해...홍수희

겨울밤엔 하늘도 빙판길 입니다 내 마음 외로울때 마다 하나 둘 쏘아 올렸던 작은 기도 점점이 차거운 하늘 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떨어지드니 잠들었던 내 무딘 영혼에 날카로운 파편으로 아프게 박혀옵니다 사랑이 되지 못한 바람 같은 것 실천이 되지 못한 독백 같은 것 더러는 아아, 별이 되지 못한 희망 같은 것 다시 돌아다 보면 너를 위한 기도마져 나를 위한 안위의 기도 였다는 그것 온세상이 꽁꽁얼어 눈빛이 맑아질 때야 비로소 보이는 그것 겨울은 나에게도 숨어있던 나를 보게 합니다

세월은 지는 노을처럼 붉기만 하다...장시하

세월은 지는 노을처럼 붉기만 하다 과거는 언제나 외길 현재는 지체없는 선택이란 굴레일뿐 내일은 언제나 양갈래 길일뿐 애태우며 사랑했던 날들도 되돌아보면 그저 아련한 추억일 뿐 눈물로 헤어지던 날도 작은 미소로 남는 것...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을 깨달을 때는 삶은 빛나는 것...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아파하고 남의 기쁨에 먼저 웃을 수 있는 것 삶의 뒤안길에 잠시 바라본 세월이 노을처럼 붉기만 한 것은 세월이 이제는 당신을 감싸안는 것... 그때 노을에 물든 세월을 바라보라 붉게 물든 노을에 안긴 당신의 모습을... 세월은 지는 노을처럼 붉기만 하다

은빛의 하루

빙점에 갇힌 세상 한기를 덮는 오후의 따스한 햇살 이불 바람은 가지에 매달린 추위를 쓸어가고 실어오고 빠르게 달려가는 시간속에 정말 한 해가 소리없이 지고 있네요 해마다 언제나 이맘때 쯤이면 까닭모를 서글픈 이유에 인생을 돌아보며 울음인듯 노래인듯 슬며시 세월을 풀었다 당긴다 허공을 가르는 차거운 바람의 자국 벽에 걸린 한장뿐인 달력이 유난히 외롭게 느껴지는 날 따스한 차 한잔의 온기 가슴에 담으며 크리쓰마쓰 카드 같은 바깥 풍경들의 잔설위로 또 하루가 지나간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외롭다는 편지를 보내는 것은 사치스러운 심사라고 하시겠지요 나보다 더 쓸쓸한 사람에게 쓸쓸하다는 시를 보내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하시겠지요 그리고, 그립다는 사연을 엮어서 보낸다는 것은 인생을 아직 모르는 철없는..

나의 이야기 2022.12.18

어느해 겨울처럼...안성란

우두커니 창가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니 달빛 내린 땅위에 싸늘한 바람만 불어 오고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쓸쓸한 거리에 사랑은 바람을 타고 휘휘 돌아 다닌다 차거움에 웅크린 새벽 하늘에 조용히 그리움이 흐르고 식어버린 두 손으로 한 잔의 커피를 만들면 뽀얗게 피어나는 추억이 따듯하다 한 사람의 사랑으로 찻잔에 담긴 향기는 묵묵히 식어만 가고 두 손으로 꼭 잡은 한 잔의 찻잔은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되어 빈 하늘 반짝이는 별빛은 아침이 오는 소리에 지루한 기다림이 되고 막연한 그리움이 되어 하얀 눈이 내려도 어느 해 겨울처럼 춥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성란

겨울숲...이민숙

겨울 숲엔 아무도 걷지 않은 길 있었네 겨울에만 열리는 끝없는 꿈으로 향한 하얀 길 하얀 병풀 켜켜이 두르고 가지마다 지난여름 뜨거웠던 사랑을 말하며 아름다운 사랑에 몸살 날 지경이였다고 하얀 이불을 끌어 당기며 말했네 가지에 똑똑 눈물 흘리며 추억을 그리고 사랑을 그리고 아픔을 이야기 하듯 나무에 걸린 곱기만한 눈을 담아 가슴에 품고 싶었지만 욕심만 쌓이는 가슴을 닫았네 겨울 숲엔 아무도 걷지 않고 아무도 알지 못했던 하얀 겨울 나무의 사랑이 있었네

쓸쓸한 날의 연가... 고정희

내 흉곽에 외로움의 지도 한 장 그려지는 날이면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쓰네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지를 쓰네 갈비뼈에 철썩이는 외로움으로는 그대 간절하다 새벽 편지를 쓰고 허파에 숭숭한 외로움 으로는 그대 그립다 안부 편지를 쓰고 간에 들고나는 외로움으로는 아직 그대 기다린다 저녁 편지를 쓰네 때론 비유법으로 혹은 직설법으로 그대 사랑해 꽃도장을 찍은 뒤 나는 그대에게 편지를 부치네 비오는 날은 비오는 소리 편에 바람 부는 날은 바람 부는 소리 편에 아침에 붙이고 저녁에도 붙이네 아아 그때마다 누가 보냈을까 이 세상 지나가는 기차표 한 장 내 책상 위에 놓여있네

숲을 흔드는 바람은 /홍 선애

숲을 흔드는 바람은 깊이 스며들수록 고요해진다 작은 나무는 큰 나무에 기대어 바람을 이겨내고 큰나무는 윙윙 울면서 바람을 끌어 안아준다 인간의 삶도 어느곳이나 고달픈 바람이 쉴사이 없이 불지만 바람을 끌어 안아 주는 누군가가 있기에 희망이있다. 가슴을 펴고 깊이 숨을 고르며 어깨를 감싸안아 바람막이가 되어줄 편안하고 큰 나무같은 사람이 신(神) 을 만난 그대와 나인것을 감사하자. 숲을 흔드는 바람도 깊이 스며들면 스며들수록 고요해지듯이 사람의 정은 미우나 고우나 연륜이 쌓여가며 잔잔한 그리움만 남는것이 아니겠는가 !

등 뒤를 돌아보자 / 박노해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동안 등 뒤의 슬픔에 등 뒤의 사랑에 무심했던 시간들을 돌아보자 눈 내리는 12월의 겨울 나무는 벌거벗은 힘으로 깊은숨을 쉬며 숨 가쁘게 달려온 해와 달의 시간을 고개 숙여 묵묵히 돌아보고 있다 우리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은 두고 온 것들을 돌아보기 위한 것 내 그립고 눈물나고 사랑스러운 것들은 다 등 뒤에 서성이고 있으니 그것들이 내몸을 밀어주며 등불 같은 첫 마음으로 다시 나아가게 하는 힘이니 12월에는 등 뒤를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