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 일교차 심해도 한낮의 포근한 햇살이 맑고 투명한 유리창문 사이로 스며든다 거리에 쌓이는 낙엽들은 길 떠나지 못하는 나그네가 되어 머물고 가을산은 어느듯 폐가처럼 황량해져 한 시절의 격정을 불사른 나무들은 맨몸 허전해 그림자만 키우고 깨진 낙엽 조각 밟으며 단풍을 추억해 보는 날 이 눈물겨운 가을빛도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겨져 찬서리 내리듯 소리없이 닿아버린 황혼의 나이 우리 앞에 몇번이나 남았을까 울긋 불긋한 세상 조용히 떠나는 애처로운 바람 소리 빈 들녁에 깔리는 소리없는 비명의 갈대들 일체히 손사래 치며 떠나는 가을 끝자락 가을산 그곱던 추억은 어디로 흘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