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시간에
우리의 어느 하루는 덧없고 짧기도 하거니- 먼 산여울 너머 오늘 우리곁을 영영 떠나가는 한 사람이 있어 나는 차마 말을 잊고 마음의 손만 고이 흔들다 왔읍니다 그 아련한 고개숙임에 나는 사랑하고 미워하고 더 갖고 덜 갖고 하는 사람의 일들이 참 허망한 것임을 알았읍니다 잠시 감았다 뜬 눈에 하늘빛은 왜 그리도 푸르른지 나는 그만 눈물 한점도 부끄러워 돌아서고 돌아서야만 했읍니다 누구일까, 만남도 떠남도 다 살아 있는 동안의 약속이라던 그사람은 누구일까, 한없이 섭섭하고 미안한 이 생명길에서 떠 가는 구름 한 조각 불고 가는 바람 한 점 흐르는 시냇물 한줄기가 자꾸만 눈에 밟혀 이 하루. 나는 차라리 하나의 그림자이고 싶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