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260

장마의 계절...조병화

장마의 계절...조병화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 갈 곳도 없거니와 갈 수도 없습니다 매일 매일 계속되는 이 축축한 무료 적요 어찌 이 고독한 나날을 다 이야기 하겠습니까 비는 내리다간 쏘와! 쏱아지고 쏱아져선 길을 개울로 만듭니다 훅, 번개가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천둥 소리 하늘은 첩첩이 검은 구름 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 묶여 있습니다

7월의 시...이해인

7월은 나에게 치자꽃 향기를 들고 옵니다 하얗게 피었다가 ,질때는 고요히 노란빛으로 떨어지는 꽃은 지면서도 울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도 모르게 눈물 흘리는 것일 테지요 세상에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내가 모든 사람들을 꽃을 만나듯이 대할 수 있다면 그가 지닌 향기를 처음 발견한 날의 기쁨을 되새기며 설렐 수 있다면 어쩌면 마지막으로 그향기를 맡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사랑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꽃밭이 될 테지요 7월의 편지 대신 하얀 치자꽃 한 송이 당신께 보내는 오늘 내 마음의 향기도 받으시고 조그만 사랑을 많이 만들어 향기로운 나날 이루십시요

생의 중반 넘으면...우심 안국훈

가야 하는 길은 멀게만 보이는데 짧게만 느껴지는 지나온 길 타오르는 잉걸불처럼 인생이란 본디 물거품 같은 것일까 해넘이처럼 중반 넘노라면 해는 지면 다시 뜨지만 자꾸만 빨라지는 세월 탓인지 잃어버린 젊은 날의 추억 떠오른다 사노라니 편안함이 좋지만 편안함도 지나치면 안일해지듯 인생 즐기되 지나치지 말고 사랑에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말자 어둠 깊어져야 새벽 밝아오고 추위 버텨내야 새봄을 맞이하듯 고통 이겨내야 끼쁨 누리고 이별의 슬픔 겪어야 새 인연 만난다

떠나렴...백창우

우울한 날엔 어디론가 떠나렴 한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렴 아무도 없다고 이놈의 세상 아무도 없다고 울컼, 쓴 생각 들 땐 쓸쓸한 가슴 그대로 떠나렴 맑은 바람이 부는 곳에서 푸른 하늘이 열리는 곳에서 돌아 보렴,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만났던 고운 사람을 누군가가 그대 곁에 있는 것 보다 그대가 누군가의 곁에 있다는 것이 더 큰 기쁨이었던 것을,다시 느끼렴 떠나렴 사는게 자꾸 슬퍼지고 마음이 무너져내릴 땐 책이나 한 권 사들고 아무 기차나 집어타렴 백창우...떠나렴

찻잔이 있는 풍경...홍수희

오늘 내 찻잔에는 그리움이 한 스푼 미안함이 두 스푼 사람이 사람을 생각한다는 것이 때로는 이 얼마나 쓸쓸한 일이겠습니까 비에 젖은 우산을 접어둔 채로 혼자 들어선 찻집에서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런 일이 어디있다고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보다 더 따스한 풍경이 어디 있다고... 찻잔이 있는 풍경...홍수희

꽃3 ...나태주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다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꽃3...나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