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260

이별 노래...박시교

이별노래...박시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할 일이다 그대 모습 닮은 지는 잎의 실루엣 사랑은 순간일 지라도 그 상처는 깊다 가슴에 피어나는 그리움의 아지랑이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 까마득 지워질 것인가 눈물에 번져 보이는 수묵빛 네 그림자 가거라,그래 가거라,너 떠나 보내는 슬픔 어디 봄산인들 다 알고 푸르겠느냐 저렇듯 울어쌓는 뻐구긴들 다 알고 울겠느냐 봄에 하는 이별은 보다 현란한 일이다 하르르 하르르 무너져 내리는 꽃잎처럼 그 무게 견딜 수 없는 고통 참 아름다워라

그대를 보내며...김종해

이별은 누구의 삶에서나 찿아오지만 나는 아니야, 나 오늘은 이별이 아프지 않다고 아픈 이별 하나를 잊기까지 오랜 세월 얼마를 흔들려야 했나 세상은 늘 창밖에 거기 그대로 있을뿐 비는 하늘에서 내리고 나는 창안에서 홀로 젖는다 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지 삶은 혼자서 걷는 다는 것 우리는 서로 스쳐가고 있을뿐 이별은 누구에게나 찿아 오지만 나는 아니야, 나 오늘은 손 흔들며 그대를 보낼 수 있어.

6월...황금찬

6월...황금찬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어 허공으로 날개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놓친 밤차...박시교

타야 할 기차를 놓치듯 잠을 놓친 밤 몇 편의 몽환적 판타지가 펼쳐지고 빛바랜 젊은 날의 아픈 기억들도 떠 오른다 어쩌면 산다는 건 이와 같은 꿈길 위 끝없는 여정의 되풀이가 아닐는지 아니면 생의 길목에 핀 작은 풀꽃 송이거나 애써 참거나 감추었던 지난 일들이 어렵게 피워낸 그 길섶 풀꽃 향처럼 잠 놓친 밤의 뒤척임을 다독이는 건지도 2023. 창간호

안개꽃...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 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몸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는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있다면 어쩌다 한 끈으로 묶여 시드는 목숨을 그렇게 너에게 조금씩 빚지고 싶다

입...천양희

황닷거미는 입에다 제 알집을 물고 다닌다는데 시크리드 물고기는 입에다 제 새끼를 미소처럼 머금고 있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업을 저지르네 말이 망치가 되어 뒤통수를 칠 때 무심한 한마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때 입은 얼마나 무서운 구멍인가 흰띠거품벌레는 입에다 울음을 삼킨다는데 황새는 입에 울대가 없어 울지도 못한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비명을 지르네 입이 철문이 되어 침묵할때 나도 모르는 것을 나도 모르게 고백할 때 입은 얼마나 끔찍한 소용돌이인가 때로 말이 화근이라는 걸 알려주는 입 입에다 말을 새끼처럼 머금고 싶네 말없이 말도 없이

이 세상 사는 날 동안...오광수

이세상 사는 날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겐 아픔이 없었으면 좋겠다 파도같이 밀려오는 아픈 육신의 고통과 심장을 도려내는 아픈 마음의 고통은 모두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 사는 날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겐 이별이 없었으면 좋겠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아픈 이별의 통증과 하늘이 무너지는 아픈 후회의 고통은 모두 없었으면 좋겠다 이 세상 사는 날 동안 사랑하는 사람에겐 행복한 날이었음 좋겠다 마주보며 같이 웃고 서로 도우며 보듬고 아끼고 정나누며 믿음 안에서 소망이 함께하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