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253

민들레꽃...조지훈

민들레꽃...조지훈 까닭 없이 마음 외로울 때는노오란 민들레꽃 한 송이도애처롭게 그리워 지는데아 얼마나한 위로이랴소리쳐 부를 수도 없는 이 아득한 거리에그대 조용히 나를 찿아 오느니사랑한다는 말 이 한마디는내 이 세상 온전히 떠난 뒤에 남을 것잊어 버린다, 못잊어 차라리 병이 되어도이 얼마나한 위로이랴그대 맑은 눈을 들어 나를 보느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김재진

갑자기 모든 것이 낮설어질 때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때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滿月(만월)같이어디에도 메이지 말고 벗어나라.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속을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올 때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스쳐가는 滿月(만월)같이모든 것을 내려놓고 길 떠나라

나의 슬픔에게...이태수

나의 슬픔에게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불을 켜서 오래 꺼지지 않도록유리벽 안에 아슬하게 매달아 주고 싶다나의 슬픔은 언제나늪에서 허우적이는 한 마리 벌레이기 때문에캄캄한 밤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이거나아득하게 흔들리는 희망이기 때문에 빈 가슴으로 떠돌며부질없이 주먹도 쥐어 보지만손끝에 흐트러지는 바람소리바람소리로 흐르는 오늘도돌아서서 오는 길엔 그토록섭섭하던 달빛. 별빛  띄엄띄엄 밤하는 아래 고개 조아리는나의 슬픔에게날개를 달아주고 싶다. 불을 켜서희미한 기억속의 창을 열며하나의 촛불로 타오르고 싶다제 몸마져 남김없이 태우는그 불빛으로 나는 나의 슬픔에게환한 꿈을 끼얹어 주고 싶다

나를 위로 하는 날...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내가 나를 위로 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 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나의 허물과 약점들이나를 잠 못들게 하고 누구에게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 때문에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조금은 계면 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 하며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 이라네

복사꽃...이정하

할 말이 하도 많아 입 다물어 버렸습니다 눈꽃처럼 만발한 복사꽃은 오래가지 않기에 아름다운 것. 가세요, 그대 떨어지는 꽃잎처럼 가볍게, 연습이듯가세요 꽃 진 자리 열매가 맺히는 건 당신은 가도 마음은 남아 있다는 우리 사랑의 정표겠지요 내 눈에서 그대 모습이 사라지면 그때부터 나는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온전히 받아 나 스스로 온몸 달구는 아름다운 사랑을.

인생의 무게가 너무 힘겨울 때...김경호

우리가 삶에 지쳐있을 때나 무너지고 싶을 때 말없이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서로 마음 든든한 사람이 되고 때때로 힘겨운 인생의 무게로 하여 속 마음 마져 막막할 때 우리 서로 위안이 되는 그런 사람이 되자 누군가, 사랑에는 조건이 따른다지만 우리의 바램은 지극히 작은 것이게 하고 그리하여 더 주고 덜 받음에 섭섭해 말며 문득 문득 스치고 지나가는 먼 회상 속에서도 우리 서로 기억마다 반가운 사람이 되자 어느날 불현듯 지쳐 쓰러질 것만 같은 시간에 우리 서로 마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혼자 견디기엔 한 슬픔이 너무 클때 언제고 부르면 달려울 수 있는 자리에 오랜 약속으로 머물며 기다리며 더 없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눈 시리도록 바라 보곺은 사람. 우리 서로 끝없이 끝없이 기쁜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