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봄 속에 갑자가 들어앉은 여름 이제는 계절도 사람도 모두 초록 세상이다 열흘 남짓 비워둔 빈집 현관문을 들어서니 창문에 비치는 저녁 노을이 나를 반기고 오랜만에 다 만났던 가족들 모임에 빠르게도 지나갔던 오월의 나날들 미국 내슈빌에 사는 큰 여동생이 삼년전 남편을 코로나로 잃고 작년 여름에 잠간 다녀간뒤 올해는 넉넉한 마음으로 한국의 엄마를 보러 왔다 언제나 남편잃은 동생을 맞이하는 우리의 가슴은 파편을 맞은 것 처럼 아프지만 눈은 울고 입가엔 억지 웃음을 지으며 지금은 많이도 변해버린 고향의 부산에서 유년시절의 추억을 꺼내어 옛날로 돌아 간다 예전보다 많이도 줄어든 해운대 백사장의 파도를 바라보며 마시는 은은한 커피향에 추억을 마시고 세월을 마신다 이제는 서로가 함께 늙어가는 모녀들 하얀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