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15

참 아름다운 동행... 김민소

마주보는 눈빛을 녹여 지치고 헐벗은 영혼에 온기를 적셔주는 사랑 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버무려서 비 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도 꽃망을을 터트리는 사랑입니다 꿈은 노을속에 묻혀지고 삶은 어두운 뒷골목을 말하지만 존재로 등불이 되고 있는 사랑 입니다 기쁨보다 슬픔에 하나가 되고 희망보다 절망에 하나가 되는 더 낮은 곳으로 흐르는 사랑 입니다 이승의끝자락에 서서도 생명을 잉태하는 고귀힌 사랑 그 순백의 길을 흡수하는 참 아름다운 동행입니다

2월의 향기

입춘이 지난 자리 동네가득 햇살이 피었고 잠간 멎은 추위 미세먼지 극성에 목마른 마음속 건조주의보 하루는 길고 한달은 참 빠르게 다가오는 짧은 2월 사이로 신나게 달려 오는 봄 아삭한 봄동에 식탁이 싱그럽다 눈감으면 소리 들린다 바람을 놓아주는 나무들 마른 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속살내민 버들 강아지 겨우내 걸러낸 나무의 나이테로 돌아와 가지 끝에서 숨 죽이고 이젠 품고 있기 버거워 모두 풀어놓는 겨울산의 가슴앓이 갇혔던 세상의 온갖 소문도 일어나 봄을 뿌린다

나의이야기 2023.02.07

아내의 브래지어...박영희

아내의 브래지어... 박영희 누구나 한번쯤 브래지어 호크 풀어보았겠지 그래, 사랑을 해본 놈이라면 풀었던 호크 채워도 봤겠지 하지만 그녀의 브래지어 빨아본 사람 몇이나 될까, 나 오늘 아침에 아내의 브래지어 빨면서 이런 생각 해보았다 한 남자만을 위해 처지는 가슴을 세우고자 애썼을 아내 생각 하자니 왈칵, 눈물이 쏱아져 나왔다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남자도 때로는 눈물로 아내의 슬픔을 빠는 것이다 이처럼 아내는 오직 하나 나만을 위해 동굴처럼 웅크리고 산 것을 그 시간 나는 어디에 있었는가 어떤 꿈을 꾸고 있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나 오늘 아침에 피존 두 방울 떨어뜨렸다 그렇게라도 향기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시집 '팽이는 서고 싶다 '(창비시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