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15

아침 커피...황금찬

탁자 위에 커피 한 잔 나의 온갖 정성이 한 마리의 나비로 날아 오르고 있다 비어 가는 커피 잔에 담기는 공허 그것은 다음 순간을 점치게 하는 하나의 신앙 눈언저리에서 날고 있던 나비는 물기 어린 날개를 접고 빈 커피 잔 속에 발을 모은다 내일이 있을까 나의 절실은 순간 위에 피는 꽃이다 삶의 시간은 순갈일 뿐 영원이 아니다 한 잔의 아침 커피 그 빈 잔속에 담기는 나비 한 마리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잘 지내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 대해 고민 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 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부끄럽지 않게 봄을 보낼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아직도 겨울잠 자는 친구에게 봄이 왔다고 엽서 한장 띄워 잠을 깨우고 꽃샘바람 속에도 제몫의 꽃을 피우는 매화향기 흐르는 세월속 나이 위로 가슴속 켜켜이 봄을 쌓으며 개울가 보송보송 물오른 버들가지에 그리운 안부실어 봄향기 전해보는 예쁜 연두빛 봄은 조금씩 마음의 창을 연다 햇살 따사로운 오후 혼자 마시는 향짙은 커피 한 잔 윤진화님의 짧은글 고명으로 얹어 혼자 만드는 작..

나의이야기 2023.02.23

눈물 강을 건너는 그리움... 한상학

어둠 속에서 그리움이 자라고 잠자던 사랑이 그리움을 딛고 일어선다 별들이 밀어를 속삭이면 손톱만 한 달이 조각구름 속에서 운다 긴 침묵에서 소리치는 아픈 사랑은 분홍의 자목련에 매달려서 서럽게 울고 있다 동구 밖 우물가에서 기다리다 지친 사랑은 노란 서러움으로 태어난 개나리다 차거운 봄밤, 깊은 그리움으로 내 마음은 눈물 강을 건너 그대에게 간다.

천천히 가는 시계...나태주

천천히 , 천천히 가는 시계를 하나 가지고 싶다 수탉이 길게, 길게 울어서 아, 아침 먹을 때가 되었구나 생각을 하고 뻐꾸기가 재게, 재게 울어서 아, 점심 먹을 때가 지나갔군 느끼게 되고 부엉이가 느리게 느리게 울어서 으흠, 저녁밥 지을 때가 되었군, 깨닫게 되는 새의 울음소리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팔꽃이 피어서 날이 밝은 것을 알고 연꽃이 피어서 해가 높이 뜬 것을 알고 분꽃이 피어서 구름 낀 날에도 해가 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꽃의 향기로만 돌아가는 시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가고 시도 쓸 만큼 써 보았으니 인제는 나도 천천히 돌아가는 시계 하나쯤 내 몸 속에 기르며 살고 싶다

넋두리

하루치의 삶을 호주머니에 넣고 긴 그림자 등뒤로 어둠속을 걷는다 새로운 한 계절이 시작되는 봄 저먼쪽 끝나라에선 치열한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가고 또 한쪽 먼 나라에선 지진으로 수 많은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다 때로는 평안한 세상 삶속의 사소한 투정에도 살아가는 미안함에 마음이 아프다 한통의 전화에 동참하는 성금을 보내고 마른가지에 걸린 푸석한 마음을 내려 봄을 담아보는 혼란한 세상 언제쯤 세상은 제자리로 돌아가 봄다운 봄속에 아름다운 꽃을 피울까 부질없는 넋두리 한줌 햇살도 고마운 2월의 어느날에.

나의 이야기 2023.02.20

좀 어떠세요?...이해인

좀 어떠세요 ? 누군가 내게 묻는 이 평범한 인사에 담긴 사랑의 말이 새삼 따뜻하여 되새김하게 되네 좀 어떠세요? 내가 나에게 물으며 대하는 말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평온 하네요 좀 어떠세요? 내가 다른이에게 인사할 때에는 사랑을 많이 담아 이 말을 건네리라 다짐하고 연습하며 빙그레 웃어보는 오늘 살아서 주고 받는 인사말 한마디에 큰 바다가 출렁이네

그리움...이외수

거짓말 처럼 나는 혼자였다 아무도 만날 사람이 없었다 보고 싶은 사람도 없었다 그냥 막연하게 사람만 그리웠다 사람들 속에서 걷고 이야기하고 작별하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결코 나와 뒤섞여지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사람이 그립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일까 그 즈음에는 밤마다 자주 심한 바람이 불었다 방안에 가만히 드러 누워서 귀를 열면 바람은 모든 것들을 펄럭거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벽도 펄럭 거리고 천장도 펄럭 거리고 방바닥도 펄럭 거리는 것 같았다 이따끔 목이 떨릴 정도로 누군가가 그리워지곤 했다 꼭 누구라고 집어 말할 수는 없고 그저 막연하게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사실 외로웠다 내 육신곁에 사람들이 많았으나 내 영혼 곁에 있는 사람들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