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 13

우리가 마주 앉아...나태주

우리가 마주 앉아 웃으며 이야기하던 그 나무에는 우리들의 숨결과 우리들의 웃음 소리와 우리들의 이야기 소리가 스며 있어서, 스며 있어서, 우리가 그나무 아래를 떠난 뒤에도 우리가 그나무 아래에서 웃으며 이야기 했다는 사실조차 까마득 잊은 뒤에도 해마다 봄이 되면 그 나무는 우리들의 웃음 소리와 우리들의 숨결과 말소리를 되받아 싱싱하고 푸른 새 잎으로 피울 것이다 서로 어우러져 사람들 보다 더 스스럼 없이 떠들고 웃고 까르륵 대며 즐거워 하고 있을 것이다 볼을 부비며 살을 부비며 어우러져 기쁨을 나누고 있을 것이다.

고독을 위한 의자 ...이해인

홀로있는 시간은 쓸쓸 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 볼 수 있으므로 , 여럿 속에 있을땐 미쳐 되새기지 못했던 삶의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서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 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 속에서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오월의 노래...정연복

겨울 찬바람에 온몸 잔뜩 움츠리고서 손꼽아 기다렸던 밝고 따스한 계절 지금 바로 눈앞에 있어 좋다 참 좋다 한 꽃이 지면 또 한 꽃이 피어나고 꽃이 떠나간 자리마다 무성한 초록 이파리 싱그러운 바람결에 기뻐 춤추며 날로 짙푸르다 머잖아 새빨간 장미까지 피어나면 내 가슴에도 그 불꽃 옮겨 붙어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리 ㅡ 정연복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