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목향의 블로그 260

달빛 기도 ㅡ한가위에 / 이해인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들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더 환해 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굴어 지기를 두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굴게!

어느 별 에서 왔는지 / 한석산

누군가를 사랑한다는건 많이 아픈 일이다 뼈져리게 아픈 기억은 있지만 누구나 가슴에 별 하나쯤 있다 추워야 더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처럼 그 아픔도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랑이드라 사랑을 나누는 사람이 아름답다 사랑은 사람이 이 땅에서 살아갈수있는 기운 어느 별에서 왔는지....... 사랑이란 이름으로 안이루어 지는 것은 없다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느 사랑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지만 세상 살아가는 일은 모두가 사랑 이더라 사랑이 떠난 미움도 사랑이더라 이슬 받아 먹으며 향기를 나누는 꽃처럼 사랑도 갈래가 있나 길가에 풀꽃 난 ,왜 너만보면 눈물이 나지 너도 이제 꽃피는 거야 어떤 사랑이던 꽃피는 사연이 참 붉다 시절이 아프다 많이 바람에 피가 섞였나 보다 가슴에 꽃이 핀다

9월의 시 / 문 병란

9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는 마음 눈물에 젖는다

살다보면

때로는 질풍 노도에 넘어져 다치기도 하는것 다친 생채기 바라보고 치유하는 법 알아가는 것 때로는 지름길이 눈앞에 보이지만 먼길 돌아서 가야 할때도 있는것 살다보면 삶과 사람 사이에서 무거운짐 머리에 이고 지고 먼곳까지 걸어거야 할 때가 있는것 그 무게 같은 뻐근한 고개와 등 기대고 싶은 마음속 느티나무 한 그루 그리워 지는 것 -오경옥-

비오는 날의 수채화 / 안성란

빗방울 떨어진 거리에 평온함이 흐르고 물안개 자욱한 산자락 풀꽃이 고개를 들면 빗물에 젖어가는 흙냄새 나는 당신을 생각하게 합니다 거리마다 부드러운 모카 커피 향기가 퍼지고 매혹적인 빗소리로 첼로가 음악을 켜면 혹 유리병 담장아래 빨간 채송화가 방긋 웃으며 빗물에 얼굴을 적시고 우산을 든 손길에 사랑을 이루기 위한 보곺음의 악보를 펼쳐놓게 합니다 외로운 비가 내리면 하늘은 사랑을 부르고 비오는 날 행복한 동행자는 수채화 같은 당신이 되어 주었습니다 연이어 비내리는 흐린날 남쪽에선 물난리고 물에 잠기는 팔월의 철늦은 장마 손수건처럼 젖은 구름 우리의 하늘도 모두 젖어있다 자고 나면 또 한발 멀어지는 여름 소나기 스쳐간 하루마다 가을은 가까이 오고있고 올 여름처럼 힘겨운 계절의 나날들 때가 되면 버릴지라도 ..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늘 푸르다는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잃어 가지만 내몸 가득 칸칸이 들어선 어둠속에 터질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 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면 허리뼈가 뼈개지도록 휜다 . 흔들린다 제때에 이냥 베어져서 난세의 죽창이 되어 피 흘리거나 태평성대 향기로운 대피리가 되는 정수리 깨치고 서늘하게 울려 퍼지는 장군죽비 하다못해 세상의 종아리를 후려치는 회초리의 꿈마져 꿈마져 꾸지 않는 것 은 아니나 흉흉하게 들어오는 세상의 바람소리에 어둠속에서 먼저 떨었던 것이다 아. 아. 고백 하건대 그놈의 꿈들 때문에 서글픈 나는 그 꽃을 위하여 시들지 못하고 휘청, 흔들 리며 .떨며 .다만, 하늘을 우러러 견디고 서 있..

8월의 바다 // 김소엽

8월의 바다 // 김소엽 너를 마주 하면 옥빛 하늘이 품안에 있고 네 눈속엔 쪽빛 바다가 넘친다 우울한 날엔 네 목소리에 등 (燈)을 달고 바다로 가자 수평선도 없는 밤의 파도 멀리 등대가 된 네 목소리 어둠을 쏘는 8월의 태양 원색이 녹아 흐르는 달빛의 해변 젊음이 수없이 밀리는 파도여 너를 마주하면 파도가 꿈틀대고 너와 난 한 밤 내 섬이 되고 온 세상이 바다가 된다

변명 // 마종기

흐르는 물은 외롭지 않을 줄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몸을 흔들며 예식의 춤과 노래로 빛나던 물길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만 말했다지만 가볍게 보아온 세상의 흐름과 가버림 오늘에야 내가 물이 되어 물의 얼굴을 보게 되나니 그러나 흐르는 물 만으로는 다 대답할 수가 없구나 엉뚱한 도시의 한쪽을 가로질러 길 이름도 방향도 모르는채 흘러 가느니 헤어지고 만나지고 다시 헤어지는 우리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마음도 알 것 같으다 밤새 깨어있는 물의 신호등 끝내지 않은 물의 말소리도 알 것 같으다

당신 이라는 꽃말

사랑한다는 말 참 외로운 말 나 여기 있으니 꼭 안아 달라는 꽃말 영원히 사랑 한다는 말 참 쓸쓸한 말 찬바람 불 때는 당신 곁 떠나지 않는다는 꽃말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 참 눈물 나는 말 한번도 그대 보낸적 없다는 꽃말 사랑할 수 없다는 말 참 서글픈 말 세상에 꺾이는 모습보이기 싫다는 꽃말 사랑했다는 말 참 저리게 하는 말 일찍 전하지 못해 후회하고 있다는 꽃말 사랑 없이는 절대 살 수 없다는 말 얼어붙은 울음 붉게 토해내고 가슴에 피는 꽃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