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묻는다 왜 시간은 언제나 쓸쓸한 것일까 영롱한 빛깔로 유혹하지만 손을 잡고 보면 돌연히 칙칙한 색으로 변하고 마는 이구아나처럼 금세 추위에 떠는 빈 가지가 되는 것일까 그 위에 소복한 눈을 얹어 보기도 하고 새 한 마리를 그려 넣기도 하고 무성한 꽃과 잎들을 때로는 폭풍을 감아 보기도 하지만 깊게 사랑을 새긴 사람에게도 결국 부드러운 솜털 하나 남기지 않는 저 겨울나무 같은 시간은 다만 허위 였던가 친구에게 묻는다 오직 모이는 것만이 현실 이라면 그 현실은 또한 어디에 남았는가 망설이고 주저하며 참다가 보내 버리는 시간은 영원히 쓸쓸한 몸짓뿐일까. ㅡ문정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