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19

산다는 것은

해마다 봄이면 마음도 몸도 아프다 오늘도 병원을 다녀 오는 길 지천에 핀 꽃들의 봄소식도 내겐 반갑잖고 다달이 재발하는 대상포진의 휴유증은 어쩔 수 가 없다 갑상선암 절제 수술한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완치는 않되고 진통제를 맞고 약을 먹으며 하루 하루를 보내는 순간 그나마 블로그에 글을 쓰는 순간 만이라도 모든 통증 잊고싶다 從心의 중반을 넘어서는 길 세월의 바람에 밀려 여기까지 왔나보다 아플때 마다 마음을 넉넉히 지니고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연이은 통증엔 때론 삶이 지겹다 때로는 긴 하루에 기대어 더러는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진 블로그 댓글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가끔씩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오는날은 더 마음이 허전한 순간들이 밀려 온다 이제는 친구들도 모두가 나이탓인가 대화 내용은 아프다는 무거운..

나의 이야기 2023.03.13

그대의 별이 되어...허영자

사랑은 눈멀고 귀 먹고 그래서 멍멍히 괴어 있는 물이 되는 일이다 물이 되어 그대의 그릇에 정갈히 담기는 일이다 사랑은 눈 뜨이고 귀 열리고 그래서 총총이 빛나는 별이 되는 일이다 별이 되어 그대 밤하늘을 잠 안 자고 지키는 일이다 사랑은 꿈이다가 생시다가 그 전부이다가 마침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일이다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 그대의 한 부름을 고즈넉이 기다리는 일이다

마음...원성스님

털고 나면 가벼워 진다고 했던가 비우고 나면 홀가분해진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무엇이 그리 지고 갈려 했단 말인가 또 무엇을 그리 가져 갈려 했던가 비워내는 마음도 털어내는 속내다 모두가 순간인 것을 털어서 가벼워지고 비워서 홀가분해질 마음 이라면 왜 진작에 털고 비워내지 못했을까 털어도 쌓이는 먼지처럼 비워도 채워지는 삶의 연륜처럼 털어지지도 비워지지도 않는 것이 마음 이구나

새 봄의 기도..박희진

이 봄엔 풀리게 내 뼛속에 얼었던 어둠까지 풀리게 하옵소서. 온 겨우내 검은 침묵으로 추위를 견디었던 나무엔 가지마다 초록의 눈을, 그리고 땅속의 벌레들 마져 눈 뜨게 하옵소서 이제사 풀리는 하늘의 아지랑이, 골짜기 마다 트이는 목청 내 혈관을 꿰뚫고 흐르는 새소리, 물소리에 귀는 열리게 나팔꽃인 양, 그리고 죽음의 못물이던 이 눈엔 생기를, 가슴엔 사랑을 불 붙게 하옵소서.